북한이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정보기술(IT)관련 도서의 기증을 남한에 요청해 왔다.
북한의 대표적인 IT연구개발기관 평양정보쎈터는 최근 본지와 IT분야 대북전문가들의 모임인 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포항공과대학교 대학원 원장)을 통해 남한에 컴퓨터·네트워크·프로그래밍·멀티미디어·서체·코드 분야에 걸쳐 200여종의 IT전문 도서 기증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이에 따라 본지와 통일IT포럼은 이른 시일 안에 ‘범국민 북한에 IT도서 보내기 캠페인(가칭)’을 벌여 1차로 1000여권의 도서를 모집, 북한측에 전달키로 했다.
사상 처음이 될 이번 남북한 IT분야 도서교류는 남한과 북한이 상호 원하는 실질적인 정보 제공 효과가 있어 현재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IT교류협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요청해온 도서 목록을 통해 북한의 IT산업 현황과 수준을 알 수 있고 남한 IT기술 추세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어 IT교류를 위한 환경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볼 때 남한의 대북 전문서적 기증은 북한 IT전문가들로 하여금 한글문화와 문법체계에 익숙해지게 해 남북 IT표준의 최대 걸림돌이던 상이한 한글-조선글 문법체계를 통합하는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요청한 도서는 △컴퓨터(네트워크·프로그래밍·컴퓨터그래픽·인공지능 등) △멀티미디어 △코드·서체 등 세 분야에 걸쳐 200여종에 달한다. 이들 도서 대부분은 남한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컴퓨터 기반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문서적들이 망라돼 있으며 도서 발간 연도의 경우 일부는 80년대나 90년대 초반의 것도 있지만 대다수는 최근의 것들이다. 이같은 사실은 IT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자체 기술 수준과 별개로 남한의 관심사와 비슷하거나 최소한 세계 IT 기술흐름에 뒤처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박찬모 통일IT포럼 회장은 이번에 북한이 요청해온 도서목록에 대해 “북측에서 요청한 서적들은 그래픽 애니메이션·가상현실 등 앞으로 수익성이 큰 분야에 몰려있는 점이 눈에 띈다”며 “범국민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서적 보내기 운동이 IT분야 남북한 교류와 협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통일 한국을 앞당기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본지와 통일IT포럼은 이르면 이달부터 IT업계·출판업계·전문가·일반인 등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도서모집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고 상반기 중 모집된 도서를 북한측에 전달키로 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