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요청해온 도서목록은 크게 △컴퓨터종합(네트워크·프로그래밍·컴퓨터그래픽·인공지능 등) 분야 △멀티미디어 분야△코드·서체 등 세 분야로 분류할 수 있다. 목록 가운데 130여종은 예컨대`첼파이 프로그램 개발기술 도서`또는 `MPEG7의 부호화와 복호화 기술 도서`등으로 표기돼 있지만 나머지 70여권은 `장우균, 한글코드에 관한 연구, 국립국어연구원, 1995`등 저자·제목·출판기관·출판연도 등이 명확하게 표기돼 있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목록의 연도는 간혹 80년대나 90년대 초반인 것도 있으나 대다수가 최근 1~3년 내의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IT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자체 기술수준과는 별개로 남한의 관심사와 유사하거나 최소한 세계 흐름에 크게 뒤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컴퓨터종합 분야=컴퓨터 분야 목록들은 북측의 주된 관심이 문자(한글)·음성
·영상 등 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 관점에서의 처리방법론에 있음을 보여준다.
한글코드·음성인식·알고리듬 등 프로그래밍 기초지식과 기술부분 자료들이 상당히 포함돼 있다.
이는 북측이 애플리케이션 개발 기술 외에도 이 분야의 이론적·학문적 기초를 다지고 싶어한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용 운용체계, 통신방법, 문서표현 방법등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컴퓨터 자체의 심도있는 교육과 연구에 목적이 있따기보다는 응용 시스템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전산수학·컴파일러·프로그래밍 등에 관한 요구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컴퓨터활용에 관한 자료와 기술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북측은 자체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보다는 이미 확보된 수학이론과 프로그래밍 언어능력을 활용, 실생활에서 파급효과가 큰 한글처리 영역과 영상과 음성을 처리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기환 전북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이는 음성·영상처리 응용 소트트웨어가 지식집약형(새로운 이론·방법)영역이 아니라 능력(주로 프로그래밍 기술)집약형 영역이며 경험적(사회적)효과를 극대화시킬수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멀티미디어 분야=멀티미디어 관련 서적부문에서는 핵심 기술인 MPEG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지 못한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갖게 하고 있다.
반면 영상매체(TV·영화)의 제작기술 관련문서가 많은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이는 사회주의 선전수단인 영상물의 디지털화에 관심이 많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 겸 통일IT포럼 회장은 "특히 Maya 등 고가의 소프트웨어에도 관심을 갖는 것을 볼 때, 경제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래픽·애니메이션·가상현실 등 앞으로 수익성이 큰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인성 이화여대 멀티미디어교육원장은 "저작권문제·표준화·디지털문화 등의 사회적 이슈와 전자상거래·고객관계관리(CRM)·온라인교육처럼 컴퓨터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응용영역에 대한 자료요청이 적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분야의 기반기술이나 지식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서체·코드=전체적으로 볼 때 서체·코드는 북측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또 북한이 기존 운용체계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코드·서체 등 컴퓨터 기본 인프라에 매우 신경쓰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글처리 분야의 경우 영어에 익숙한 남한보다는 산업적 사회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요청한 한글관련 자료는 한글 구성원리에서부터 높은 수준의 한글처리방법론을 담고 있지만, 번역에 대한 자료요청이 미미한 것으로 볼 때 한영·일한 번역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요리·꽃·동식물·자연풍경 자료 및 사진집 등에 대한 요청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는 북한이 콘텐츠 개발에도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음을 반증하는 일이다.
<온기흥기자 khohn@etnew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