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IT도서 요청 배경과 의미

북한의 2대 IT기관 가운데 하나인 평양정보쎈터가 200여종의 IT 관련도서 및 논문·잡지 요청 목록을 보내온 것은 남북 분단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에 요청해온 도서목록은 특히 북한의 IT수준과 관심분야 및 연구방향 등을 직접 파악해 볼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 IT교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고 유익한 `정보`가 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본지와 통일IT포럼은 이번 북측의 요청에 따라 빠른 시일내에 목록에 의거한 도서들을 범국민캠페인을 통해 모집한 다음, 상반기중 북측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전달된 도서는 1차적으로 평양정보쎈터의 180여 기술자들에게 보내져 소프트웨어 개발 등 현업에 참조하게 되며 일부는 인민대학습당 주요 기관과 김일성종합대학 및 김책공업대학 등에도 기증된다.

◇도서 요청의 의미=북한이 도서기증을 요청해온 가장 큰 이유는 내부에 한글(조선글)로 된 관련 전문도서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IT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지만 관련 서적출판은 열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IT보급이나 이용자수가 극히 미약해 관련서적을 저술하거나 번역, 출판하는 일에 큰 의미가 두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북한의 IT기관 개발자들이나 이용자들은 대부분 일본어판이나 영문판 서적을 직접 구입해 현업에 참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북한측은 중국과 일본 등 제3국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참가자들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IT 전문도서의 절대부족을 호소해왔다.

북한은 또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남한측이 보내준 도서들을 통해 남한 IT수준과 현황을 파악해보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한걸을 나아가 북측이 필요한 기술을 남측에 요청하는 전 단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도서 교류 효과=남한의 도서들이 북한에 직접 전달될 경우 남한의 IT 동향을 객관적으로 알려 궁극적으로 남북한간 IT 교류확대에 큰 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한 IT 수준과 흐름, 업계·학계 분위기, 그리고 전문가들의 `생각`을 도서를 통해 북한의 전누가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직접적인 효과는 바로 남북한 IT전문가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이질감의 해소다.

현재 남한과 북한은 한글정보처리와 인터넷 등 IT분야와 관련된 국제적 표준화회의에서 여러가지 기술적 이견으로 남북이 원하는 표준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실속에서 북한의 전문가들이 한글로 된 남한의 전문서적을 참조하는 기회가 주어질 경우 어떤 형태로든 「독서효과」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함께 남한 도서의 전달은 북한의 전문가, 특히 젊은 학생들의 문화적·이데올로기적 이질감을 해소하는 데도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다소 성급한 기대이기는 하지만 남한이 최근 일본문화의 개방을 통해 일본문화를 바로 알게 되는 소득을 얻는 효과와 유사한 논리다. 도서교류를 통해 기술적 견해를 좁히고 문화적·정치적 이질감이 해소된다는 것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남북 IT교류에 큰 보탬이 되는 것이다.

◇향후 계획=본지와 통일IT포럼은 이번 1차 도서모집과 전달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경우 북한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원하는 도서목록을 받아 범국민 도서모집 캠페인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남한 전문가들로부터도 원하는 북한 도서목록을 받아 이를 북한에 전달하고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