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IT합작회사 사상 첫 출범

남북한이 분단 사상 처음으로 합작해 북한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시에 설립한 이번 하나프로그램센터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의를 갖는다.

 특히 남북 IT 교류 및 협력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는 획기적 전기가 마련되면서 앞으로 남북간 IT 교류 및 협력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또 남북 합작 하나프로그램센터 개소와 단둥 IT단지 본격 가동은 북한의 IT산업 육성 기반 구축과 함께 북한의 IT 관련 기술인력을 이용한 남한 IT업계의 활발한 교류를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의미=이번 하나프로그램센터 설립은 IT 분야 남북교류협력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먼저 이번 남북 합작 IT개발센터는 남북경협 사상 북한 첫 IT 승인사업의 열매이며 민간기업 차원의 첫 남북 IT교류라는 점에서 북한 IT 경제협력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즉 그동안 일부 경제협력단이나 개별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긴 했으나 대부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험에 비춰 볼 때 이번 남북합작센터라는 구체적인 결실을 맺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상하이 IT집적단지 방문과 신의주 현지지도 후에 이뤄진 IT 분야 첫 결실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IT업계 차원의 실질적인 교류로 남북 기술격차를 해소하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센터 설립은 의미를 더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하나프로그램센터 설립으로 우선 남한의 기업들은 부족한 우수 IT인력을 북한의 평양정보쎈터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북한도 남한의 선진적인 IT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IT의 기술과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남북한 IT 표준문제의 해결과 함께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센터 개소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북한이 공동추진해온 ‘단둥-신의주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밸리 구축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경과=이번 하나프로그램센터는 남측에서 제안한 후 1년도 안되는 비교적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남한의 IT 벤처기업인 하나비즈닷컴은 지난 7월 단둥-신의주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 개발단지 조성사업을 북쪽에 제안하면서 이번 센터 설립 논의가 시작됐다.

 남한의 경우 IT산업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IT 관련 인력난에 봉착한 반면 북한은 풍부한 고급 IT 인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할 하드웨어와 자금이 절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2월 남북IT협력민간기업단을 이끌고 첫 방북한 하나비즈닷컴 측과 북한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 및 평양정보쎈터(PIC)가 단둥-신의주 IT단지 조성을 위한 남북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이후 하나비즈닷컴 측이 3월과 4월 잇따라 방북해 센터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이번에 센터를 공식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향후계획=이번 하나프로그램센터에서는 남북한 IT 인력들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게임·애니메이션·컴퓨터수치제어(CNC)·컴퓨터지원제조(CAM) 등 산업용 소프트웨어, 다국어 자동번역 프로그램 등을 공동개발하게 된다.

 이를 위해 남한의 하나비즈닷컴에서 연구개발에 필요한 시설을 제공하고 북한의 평양정보쎈터는 남한의 IT기업들이 활용하게 될 북한 측 인력을 뽑아 공급하게 된다.

 하나프로그램센터에서는 자체 IT교육센터를 두고 북한 IT 인력을 교육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북측은 6월 중순 10명을 시작으로 7월 30명, 9월 30명 등 주기적으로 30∼50명씩 개발 및 교육인원을 단둥의 하나프로그램센터에 파견, 상주시킬 예정이다. 또 올해 100여명, 내년에 400명 이상의 IT 인력을 파견해 프로그램 개발작업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특히 센터는 남한 IT기업 10개 업체들이 하나프로그램센터에 입주키로 한 가운데 올 연말까지 30개사, 내년 중 100개사 정도의 남한 IT기업을 입주시킬 방침이다.

 센터는 또 현재 200평 규모의 개발·숙박시설을 점차 확대하는 한편 인터넷 전용선(512Kbps급)·펜티엄III급 PC 등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센터는 이어 오는 2003년부터는 제2단계 사업으로 북한 개방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신의주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즉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자동차로 불과 10여분 거리에 있는 단둥-신의주 IT단지에 한국과 중국·일본의 관련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이 일대를 동북아 최대의 IT개발단지를 건설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해 2단계 사업에서는 1000여명이 넘는 북한 IT 인력과 300여개가 넘는 IT기업이 입주하게 될 신의주밸리를 신의주 지역에 직접 구축하게 된다. 이를 위해 2002년부터는 남한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 IT업체를 유치할 계획이다.

 문광승 사장은 “북한의 기초기술력과 남한의 응용기술 및 마케팅 능력이 접목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중국)=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