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마켓은 시장이다.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에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양질의 좋은 물건과 또 구매력이 높은 고객들이 모이면 그만이다. 수백여개가 난립하고 있는 국내 e마켓의 진짜 경쟁력이 이들을 그곳으로 끌어내는 작업에서 시작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의미에서 e마켓에서 영업담당자들의 역할 중요성을 거론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그룹 물량을 안고 시작해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보이는 아이마켓코리아(http://www.imarketkorea.com)와 MRO코리아(http://www.mro.co.kr)는 어떨까. 그러나 두 e마켓 마케팅팀을 이끌고 있는 박현수 팀장(44)과 지계문 팀장(41)은 고개부터 젓는다. 그도 그럴 것이 B2B는 아직도 일반화돼 있지 않고, 일부에서는 e마켓이 기업 구매담당자들의 밥줄을 끊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니 오죽하랴.
4월 30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박 팀장과 지 팀장은 소속 e마켓이 삼성그룹, SK그룹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때문인지 경계의 모습도 보인다. 사업 모델까지 구매대행으로 같아 건건이 비교 대상인 게 사실이다.
간단한 통성명 후 풀어놓는 이들의 캐릭터는 두 e마켓이 처한 비슷한 조건과는 오히려 너무 다르다.
MRO코리아 지 팀장은 ‘구매통’이다. SKC 구매팀에서만 십년 넘었다. 지 팀장이 구매라는 업무를 경영과 연결해 ‘전략구매’로 고민하게 된 것은 93년 일본에서 MBA 과정을 거치면서다. “MBA 과정을 끝낸 후 귀국했을 때 그렇게 완벽하다고 자신했던 저의 구매업무의 한계가 뭔지 보이더군요” 지 팀장은 구매를 상품별 카테고리로 묶는 전략구매로 우선 바꿨다. ‘조달리드타임’이 오히려 중요하던 당시 가격은 오히려 물건을 받은 후에 결정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방식이었다.
지 팀장이 구매통이라면 박 팀장은 경영의 맛과 원리를 안다. 삼성이 그룹 영상사업단을 끝으로 제약분야에서 잠시 ‘외유’하고 있는 박 팀장을 다시 끌어온 것은 아이마켓코리아가 삼성그룹 전자 4사를 비롯한 10여개사가 주주로 참여한 e마켓이기 때문이다. 그룹 사업이라고는 하나 분위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 ‘코디네이션’의 경험이 있는 박 팀장이 적임자로 꼽힌 것도 당연하다. 특히 십년 이상 삼성그룹 비서실에 근무하며 쌓은 대외협력업무는 박 팀장의 현재 무기인 ‘예비 고객’ 데이터를 안겨줬다. 사업 초기부터 외부 영업을 벌일 수 있었던 것 역시 대외협력팀 경험 덕이다.
개인의 이력이 너무 다른 이들이 ‘맞아 맞아’를 연발하며 영업에서 겪는 어려움에 동조를 표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인의 독특한 이력이나 강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겪는 현실은 비슷하다.
“결국 의사결정의 권한을 쥔 CEO의 마인드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해서 CEO를 찾아갔죠. CEO는 명함 받기 무섭게 담당자를 부르더군요. 이때 오는 사람이 총무부장이죠.” 삼성 그룹 비서실 출신답게 ‘오너’와 단판승부를 겨냥한 박 팀장의 전략도 현실 앞에서는 무력하다. 총무부장의 첫 마디는 백이면 백 모두 “제 자리로 가시죠”란다. 그곳에서 반복되는 것은 다시 구매부 과장의 호출과 인사, 자리를 옮기는 작업이다. 결국 마지막 말은 “가격 비교해 보고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인맥을 자랑하는 박 팀장도 만만치 않은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말도 마세요. 겨우 약속을 잡았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 담당자가 나오지 않더군요. 몇분 후 접견실 옆 자리에 앉은 손님과 대화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제가 만나기로 한 사람 같더라구요. 해서 무턱대고 아무개님 아니냐고 했죠” 그에 대한 담당자 답은 “아직도 안가셨네요”였다. 그리고는 5분 내로 설명하라는 것이다. “e마켓을 5분내에 설명하는 사람 나와보라고 하세요. 꼭 잡상인 취급받는데 그 기분 정말…” 누구보다 구매를 잘 안다고 자신해 직접 공략한 지 팀장의 실패담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지금 일에 만족스럽다. 힘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어느 길이나 먼저 가면서 겪어야 할 과정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제 영업 효과가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다. “e마켓의 진짜 효과는 단순한 가격인하가 아닌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조직 혁신이라는 것이 머지않아 확인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두 사람은 이미 효과적인 영업활동으로 화제를 옮겼다. 경쟁사임에도 이 자리에 나오기 전 공조할 수 있는 사안이 뭔지 직원들의 견해를 수렴해왔다. 역시 이들은 ‘e마켓 프로’임에 틀림없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