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코스닥을 향해 뛴다>장외 벤처들「도전! 황제주」

 정보기술(IT)업체들이 코스닥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IT업체들이 올 상반기 경기둔화와 주식시장 침체로 코스닥행을 미룰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코스닥을 향한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코스닥 예비심사를 청구한 IT업체는 전무했지만 2월에는 15개, 3월 32개, 4월 39개 등 매달 증가 추세에 있다. 이달과 다음달엔 각각 33개와 64개 IT업체가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 중이다.

 예비심사를 통과해 신규등록한 업체도 지난 2월 소프트윈 1개사에 불과했지만 4월에는 디지털퍼스트 등 3개사로 늘어났다. 이달 들어서는 8일 현재 넷웨이브 등 3개사가 등록했으며 공모를 준비중인 예비심사 통과기업이 대거 대기 중이어서 신규등록 IT업체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IT산업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코스닥시장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장외업체들의 코스닥 등록을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시장이 업체들을 불러모았다=코스닥시장이 예상밖으로 호전되면서 벤처기업들을 대거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형국이다.

 지수 50선을 오가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던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코스닥 등록을 유보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하지만 올초부터 예상치 못한 랠리가 시작되고 지수가 꾸준히 상승하자 업체들이 앞다퉈 등록 준비에 나선 것이다. 특히 2월까지도 장을 관망하던 업체들이 3∼4월 들어 코스닥지수 바닥권을 확인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등록예비심사 청구기업이 크게 늘어났다. 더 이상 코스닥 등록을 미룰 만한 이유가 없어진 데다 상승장에 등록해 신규등록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겠다는 의도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1차 매물벽인 90선을 뚫을 경우 등록을 앞당기려는 업체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공모가 산정 등 신규등록업체가 유리한 입장에서 코스닥 등록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 IT업체 대거 코스닥으로=무엇보다 고무적인 현상은 실적과 성장성을 겸비한 장외 IT업체들이 코스닥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우수 IT업체들은 코스닥시장의 옥석 가리기와 함께 테마를 형성하며 긍정적인 증시 분위기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선두 보안 벤처기업인 안철수연구소가 4월 코스닥시장에 예비심사를 청구하자 장내에서 관련 주들이 테마를 형성하며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우수 IT업체의 예비심사 청구만으로도 장내 업체들의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며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아시아 최초로 앤티바이러스 컨소시엄인 ICSA에 가입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V3와 앤디 등 앤티바이러스 백신을 주력제품으로 지난해 130억원 매출과 41억원의 경상이익을 달성, 기술력 못지 않게

실적도 우량하다.

 4월엔 랜카드업체인 프리엠스를 비롯해 사이버트레이딩시스템업체인 두리정보시스템, 반도체장비업체인 성우테크론, 한글폰트와 온라인정보제공업체인 윤디자인연구소 등도 주목받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량 IT업체들이 코스닥시장에 대거 입성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코스닥시장의 분위기 반전과 옥석 가리기를 위해서도 우수 IT업체의 지속적인 유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방 벤처기업 코스닥 등록 늘어날 듯=서울 IT 벤처기업에 비해 코스닥시장에서 소외되던 지방 벤처기업들의 러시도 예상된다. 지방 벤처기업들이 이달부터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심사 과정에서 우대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코스닥위원회가 예비심사 청구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심사대기 기간도 길어짐에 따라 지난해 도입한 지방 벤처기업 우대제도를 적극 시행키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위원회는 청구서를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심사를 받지 못한 탑시스템 등 지방 벤처기업들을 이달 중에 예비심사하기로 했다.

 코스닥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지방 벤처기업들의 코스닥 진출을 돕기 위한 것이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방 벤처기업들로서는 짧은 시간에 코스닥 등록을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공모시장도 후끈=코스닥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업체들이 늘어가면서 공모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지난 1월 공모기업이 2개사에 불과했고 2월에는 전무했지만 3월에 들어서는 7개사, 4월 6개사, 5월 9개사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등록예비심사를 청구한 업체가 심사를 통과할 경우 일반적으로 2∼3개월 주식공모를 걸쳐 코스닥에 등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반기로 갈수록 공모기업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수백조에 이르는 시중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공모주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거품이 거치면서 공모가가 대부분 본질 가치 수준에서 결정되고 증시의 분위기는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에 공모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형 투신사들이 여전히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공모가가 본질 가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가격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말한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