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 저널리즘’이란 표현이 있다. 스포츠신문의 헤드카피처럼 커다란 글자체와 강렬한 색채를 활용해 시선을 압도하는 이미지로 여론을 유도한다는 저널리즘의 한 선정적인 표현 전략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1890년대 리처드 펠튼 아우트콜트는 ‘뉴욕월드’(New York World)지의 부록인 ‘아메리칸 유머리스트’(American Humorist)의 연재만화 ‘호건의 뒷골목’(Hogan’s Alley)에 ‘옐로 키드’(Yellow Kid)란 주인공 소년을 등장시킨다. 이 소년은 커다란 천 봉투에 구멍을 몇 개 뚫어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닌다. 작가가 ‘말 풍선’대신 소년의 커다란 봉투의상에 대사를 쓴다. 옐로 키드는 강렬한 노란색으로 채색된 봉투의상을 입고 정치적, 시사적인 가십을 강력하게 제시하는 인기소년으로 데뷔하게 된다.
이 노란색 소년의 선정적 대사는 약 100년 후에 새로운 옐로 키드의 등장으로 그 의미를 재확인하게 된다. 도산 직전의 20세기 폭스TV를 당당히 시청률 경쟁의 수위권으로 끌어올린 장본인, ‘심슨’이 그 주인공이다. ‘바트 심슨’이라고 하는 또 다른 옐로 키드는 장난스러운 작가 매트 그뢰닝에 의해 탄생된, 조금은 엽기적인 노란 캐릭터다.
‘심슨’은 TV프로듀서 제임스 브룩스와 만화가 매트 그뢰닝, 그리고 작가 샘 사이몬이 만든 최고의 합작품으로 기록된다. 재미있는 점은 캐릭터 디자인을 한 만화가 매트 그뢰닝의 아버지 이름이 호머 그뢰닝, 그의 어머니 이름은 마거릿, 그의 누이들은 리사와 매기였다고 한다. 결국 그는 자신의 가족이야기를 만화로 만들고 싶은 꿈을 이룬 셈이다.
호머 심슨은 원작과는 달리 맥주와 베이컨을 사랑하는 가족주의적 가장이며 성격이 급하면서도 따뜻한 중산층 노동자, 즉 블루칼라로 설정된다. 미국 스프링필드의 중산층 마을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호머 심슨의 직업은 원자핵 발전소의 안전요원이다. 세상과 정치에 무관심하면서도 따끔한 비판을 할 줄 아는 소시민이다. 호머의 아내 마지는 푸른색 벌집머리를 자신의 얼굴보다 약 3배의 높이로 만들어 다니는 부지런하면서도 약간 모자란 듯한 가정주부다. 호머 심슨과 마지 심슨은 세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그 이름은 바트, 리사, 그리고 유아인 매기다. 매기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어렸을때 육성으로 녹음된 “아빠”라는 대사만 하는 인공젖꼭지의 영원한 주인이다.
이 다섯명의 미국 중산층 가족은 원색의 캐릭터와 심플하면서도 과감한 과장, 그리고 평범하면서도 정교한 시대비판 정신을 가미, 1990년 처음 소개된 지 두 달만에 미국 전역 시청률 15위권에 기록된다. 20세기 폭스TV가 공중파 방송이 아닌 부분적 네트워크 미디어임을 전제한다면 엄청난 성과이며, 이는 곧 특성있는 캐릭터의 독창적 성공으로 연계된다.
매트 그뢰닝은 자신의 가족이야기를 작품에 자랑스럽게 등장시키고, 장난스러운 경험을 새로운 흥미요소로 해 작품의 맛을 완성해 낸다. 그래서 심슨은 더욱 재미있는 지도 모른다. 현재 TV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토크쇼의 한 부분을 적절히 패러디하고, 영화의 한 장면을 똑같이 흉내내는 천연덕스러움은 심슨의 인기비결이다. 심슨에서는 미국 가정의 역설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고 작가의 복고주의적 과거가 살아 숨쉰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