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이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그래서 매일 지훈이 한테 한판만 겨뤄달라고 매달리고 또 매달렸죠.”
삼성디지털배 2001 KIGL 상반기리그에 피파부문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KTF 매직엔스 소속의 이봉열(22)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피파2000의 지존인 이지훈의 팬에 불과했다.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한 이봉열은 우연히 배틀탑 사이트에 들렀다 피파랭킹 1위에 올라있는 이지훈을 알게됐고 그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이지훈에게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이봉열의 정성에 감동한 이지훈은 온라인상에서 이봉열과 첫 시합을 허락해 역사적인 첫 만남이 성사됐다.
특히 둘 모두 체육학과에 다니고 스포츠 게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이후에는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이지훈의 경기를 지켜보고 그를 따라다니며 다양한 기술을 전수받던 이봉열은 마침내 올 시즌 KTF 매직엔스에 발탁됐고 이지훈의 백업 요원으로 출전기회를 얻곤했다.
하지만 올시즌 피파2001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이지훈이 부진을 보이자 이봉열에게는 더 많은 출장기회가 주어졌고 마침내 지난 5차전에서는 스승인 이지훈을 두번이나 쓰러뜨리며 7연승의 상승세를 달리던 삼성전자 칸의 박윤서를 꺾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번 시즌에서 개인전적 6승2패를 기록중인 이봉열은 스승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고 있으니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만하다. 이봉열의 활약에 힘입어 초반 부진을 보이던 KTF 매직엔스는 5차전부터 단독 선두로 부상했다.
경희대학교 사회체육학과 2학년인 이봉열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축구 게임인 피파가 단순히 손가락이 누가 빠르냐의 싸움으로 생각하지만 구기 종목의 감독처럼 선수를 선발하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분석력이 있어야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게임”이라며 피파 예찬론을 펼쳤다.
이봉열이 돋보이는 것은 게임에 대한 남다른 애착뿐만 아니라 근면함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밤낮을 바꿔 생활하는 대다수의 프로게이머들이 오전 시간을 잠으로 보내는 반면 이봉열은 휴학 때문에 넉넉해진 시간에 오전 10부터 오후 5시까지 돈까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 4∼5시까지 게임공부 및 실전연습을 하며 보내고 있다.
장래희망이 ‘스포츠 마케터’라고 말하는 이봉열은 “프로게이머라면 게임실력뿐만 아니라 게임산업을 볼 수 있는 시각이 있어야 한다”면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경력을 살려 e스포츠를 스포츠 마케팅에 접목하는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