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지화 전략 바탕 입성 잰걸음
우리나라와 같은 2바이트 코드체계, 13억에 이르는 막대한 인구를 가진 아직은 미개척지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 중국. 이같은 이유 때문에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중국시장 진출을 꿈꾼다. 우리나라 IT 및 인터넷 업계에서도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진흥협회 등을 통해 공동으로 중국 진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누구나 뛰어들어 쉽게 성공할 만큼 중국시장은 녹록치 않은 것이다. 외국 기업의 시장진입에 대해 관대하지 않는 정부 정책과 기업인들의 마인드가 우선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법인설립에 따른 절차도 복잡하고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또 중국 정부는 중국내 자금이 해외로 흘러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법인을 설립하려면 무역자유국인 홍콩을 통해 자금을 유통해야 한다는 것은 기업인들 사이에선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중국 진출을 추진했던 기업인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관시’, 쉽게 말해 인맥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합리적인 비즈니스 관행과 달리 인맥에 따라 비즈니스가 성사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맨땅에 헤딩하듯 중국 진출을 시도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중국 정부 또는 유력기관과 인맥이 있는 사람을 통해야만 소요시간도 단축되고 원하는 결과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인맥이라는 것도 100% 믿기는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중국 진출을 시도한 업체들은 하소연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 진출을 추진, 성공한 대표적인 업체가 파이언소프트와 아이브릿지다. 파이언소프트는 중국 진출을 위해 대기업과 손을 잡은 사례다. 파이언은 중국 시장에 대해 오래동안 연구해온 e삼성차이나와 합작으로 중국법인 ‘e샘피온’을 설립했다. 대기업의 자본과 브랜드를 활용했을 뿐 아니라 현지에서 IT 분야를 연구해온 중국 전문가를 대표로 영입하고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영업전략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파이언소프트의 이상성 사장은 “현재 각 성시별 과학기술위원회 등 정부기구, 각 도시별 유통협회, 각 산업대표 제조업체 등을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어 7월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또 하나의 사례로 지난해 11월 베이징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아이브릿지를 들 수 있다. 아이브릿지는 중국 현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석유 관련 국영기업의 B2B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 현재 수주 직전 단계까지 도달해 있다고 밝혔다.
◆일본:높은 기술력 앞세워 공략 가속도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시장규모도 커서 국내 기업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 정부도 IT산업 육성정책을 펼치며 e비즈니스 확대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어서 시장공략을 위한 기회도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 현재까지 일본에 진출한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는 이네트·아이비젠·인터케이엠 등이다. 이들 업체는 비즈니스에 까다롭다는 일본 시장에 진출, 성과를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자신감을 얻은 상태다. 여기에 막강한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 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다.
특히 한국산 제품은 같은 2바이트 코드체계를 사용함으로써 시스템 구축이 쉽고 문화적으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리바·커머스원 등 다른 외산 솔루션이 지원하지 못하는 부분을 겨냥할 수 있다.
일본 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네트다. 90년대말 머천트 솔루션으로 국내 B2C 시장에서 한창 주가를 올린 이네트는 99년 12월 일본 현지법인 ‘코마스21’을 설립하고 일본 시장에 입성했다. 지난해 4월 실제 영업을 시작하기까지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로컬라이징 작업을 거쳐 쇼핑몰 대상 머천트 솔루션 일본어 버전을 내놨으며 지난해는18억원의 로열티를 벌어들였다. 이후 B2B 분야로 눈을 돌린 이네트는 이제 e마켓 솔루션과 eCRM, 모바일 등으로 영역을 넓혀 다시 한번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네트의 정병규 이사는 “일본 시장에서 이네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철저한 현지화가 가장 큰 열쇠였다”고 설명했다.
PCC사의 반도체 마켓플레이스 ‘칩이찌바’를 구축하며 최근 일본 시장에 발을 내디딘 아이비젠은 앞서 일본에 진출한 이네트가 주로 B2C 제품을 주력으로 했던 데 비해 B2B솔루션으로 대형 반도체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단순한 상거래 기능뿐 아니라 기업간 데이터의 송수신에서부터 경매나 역경매, 주문에서 결제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이 요구되는 B2B 솔루션을 공급, 커스터마이징 작업까지 구현했다.
콘텐츠관리 솔루션 및 구축업체인 인터케이엠도 최근 PCC사와 자사 콘텐츠 DB를 교환키로 하면서 일본 시장을 두드렸다.
◆유럽:이동통신 업체 중심 초기시장 노크
유럽 시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이다. 일본·중국·미국 등에 비해 유럽 진출이 확산되지 않은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유럽은 거리가 멀어 현지법인 및 파트너를 관리하는 데 어렵고 현지 유통망이나 마케팅 채널 등 연결고리도 많지 않다. 여기에 보수적인 유럽 문화도 국내 기업 진출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동통신 업계를 중심으로 유럽 진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며 IT 및 e비즈니스 솔루션 분야에서도 조금씩 진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본 기능을 중시하는 유럽 제품에 뛰어난 기능을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을 접목시킬 경우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 시장이 해외진출에 중요한 이유는 단일 통화권으로 구성된 유럽 시장은 한 나라에서 성공할 경우 다른 나라에도 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추진중인 업체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최근 유럽 시장 진출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한 업체가 콘텐츠 관리 솔루션(CMS)전문업체인 하늘정보(대표 이동파)다. 하늘정보는 폴란드의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 웹마루와 제휴를 통해 동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하늘정보는 ADSL과 같은 초고속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직까지 폴란드가 전화선을 이용한 모뎀 사용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틈새시장 공략을 시도해 성과를 이뤄냈다.
전화모뎀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경우 웹페이지가 화면에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초를 넘는 경우가 허다해 이 시간 동안 광고를 내보내 이용자들은 지루함을 덜고, 광고주들은 새로운 매체를 대상으로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늘정보는 인터넷 로딩 광고 솔루션 ‘Hi-SPOT’을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Hi-SPOT은 웹사이트 이동시 대기시간을 이용, 모니터에 광고를 보여주고 전송이 완료된 후 자동으로 사라지는 온라인 광고 솔루션이다. 현재 Hi-SPOT은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에 데모 버전을 배포해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하늘정보는 이번 폴란드 진출을 계기로 조만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자사 솔루션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 성공가능한 국내 솔루션을 소개하는 첨병역할도 자처하고 나섰다.
이밖에 인터넷 채팅 서비스 업체인 하늘사랑도 자사 솔루션 판매와 ASP 사업 등을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미국:아직은 미미…틈새 공략에 역점
미국은 e비즈니스의 본고장이다. e비즈니스뿐 아니라 IT산업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첨단 기술의 산실이다. 주가가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한동안 B2B 솔루션 분야 최강자를 꿈꿨던 아리바·커머스원 등의 업체도 미국에서 탄생했으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가 가장 활발한 곳도 미국이다. 이같은 시장에서 우리나라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들이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해외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충지역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약 4만여개의 벤처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시장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는데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곧 다른 지역으로 진출시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등 실질적인 이점도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현지화된 제품을 공급하지 못했다는 점도 있지만 관련 업체들간의 풍부한 네트워크를 구축, 활용하는 예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IT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돌풍을 일으킨 예도 분명히 있다. 과거 데스크톱 PC로 미국 시장을 두드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이머신즈나 무료 인터넷 전화라는 획기적인 모델로 온 미국을 들썩이게 했던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는 국내 기업도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결국 현재 미국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 즉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이 주문하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으로는 우선 커스터마이징 비중을 최대한 낮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 쉬운 사용법, 강력한 기능, 여기에 또 하나 요건으로 가격경쟁력도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기 앞서 ‘싸구려’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은 아직까지 활발한 단계는 아니다. 이네트가 현재 미국지사를 운영 중이지만 제품 판매보다는 향후 적극적인 활동을 대비해 시장조사 및 기술트랜드 습득 등 준비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및 XML솔루션 업체인 휴먼컴은 상반기 중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활발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