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유의 본질
F W J 셸링 지음
한자경 옮김
서광사 펴냄
“모든 탄생은 어두움으로부터 빛으로의 탄생이다. 씨앗도 아름다운 빛의 형태로 발아하여 태양 광선을 향해 자라날 수 있기 위해서는 땅 속에 파묻혀 암흑 속에서 지내야만 한다. 인간도 모체 안에서 형성된다. 무오성(無悟性)의 어두움으로부터(인식의 영광스런 어머니인 느낌과 동경으로부터) 비로소 밝은 생각이 자라난다.”
메모: 오늘, 현재의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 혹자의 말처럼 혼돈과 무질서의 ‘카오스’ 세계에서 질서의 ‘코스모스’ 세계로, 아니면 또다른 죽음과 소멸의 세계로 편입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과감히 말한다. 모든 탄생은 빛과 오성(悟性)의 밝은 세계를 지향한다고.
나날의 새로운 탄생과 성장이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듯, 오늘 우리 자신을 형성하는 모든 것들도 나름의 근원과 역사를 갖고 있다. 빛의 근원으로서 어둠이 존재하듯 우리의 생각, 신념, 가치관 등도 많은 시행착오와 좌충우돌, 때론 어둡고 우울한 시기를 거쳤고, 나름의 배경과 근원이 있다. 또한 그러한 것들은 현재의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더 밝은 빛을 찾아, 삶의 진리를 찾아 변화하면서 제 틀을 구축해 갈 것이다. 잊지 말 것은 오늘이라는 ‘어둠’이 존재한다면, 그건 내일이라는 ‘빛’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 바로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어둠에 대한 우리의 태도다. 숨막히도록 답답하고 목이 조이는 아픔을 느끼더라도, 어디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에 갇혀 있는 것 같더라도, 끝없는 낭떠러지 앞에서 어찌할 바 모르고 발을 동동 굴리는 것 같을지라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순간, 이 기간도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사실을 믿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견뎌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이다.
설사 오늘의 현실이 죽음과 고통으로 범벅돼 있더라도 그 속에는 내일의 새로운 ‘탄생’이 예고돼 있으므로.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