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대만산LCD 구매 확대 논란

 삼성전자가 대만산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패널의 수입물량을 확대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자체 생산하는 제품을, 그것도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른 대만업체로부터 구입함으로써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자칫 삼성전자 사업부간의 갈등으로 불거질 가능성 때문에 삼성전자의 수입확대는 이래저래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황=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니터의 가격경쟁이 심화되자 값싼 대만산 TFT LCD에 눈을 돌렸다. 올들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그만큼 삼성전자는 대만산 제품의 수입량도 대폭 늘렸다.

 특히 대만의 한스타디스플레이로부터 15인치 모니터용 TFT LCD를 대량 구입해 삼성전자는 월 1만개 이상 구입하는 한스타의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한스타는 대만의 4∼5위권(2000년 세계시장 점유율 1.9%) 업체다.

 삼성전자는 델·컴팩 등 대형 거래선에 공급하는 모니터 가운데 고급 제품은 자체 TFT LCD를, 범용 제품은 대만산 TFT LCD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대만산 수입의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국산 제품보다 10% 이상 값이 저렴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모니터사업부의 경우 대만산 수입으로 5∼10% 정도의 원가절감을 기대했다.

 대만 LCD업체들은 모니터 및 이동전화 강국인 한국시장을 겨냥해 적극적인 가격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물량 수주에 적극적이다. 자체 또는 관계사(LG필립스LCD)를 통해 TFT LCD를 생산하는 업체에 공급한다는 것 자체로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사간 또는 사업부간의 연대가 예전같지 않은 것도 대만산 구입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관계사와는 물론 사업부문끼리도 거의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한다. 시장 침체로 저마다 수익성 확보가 우선과제인 상황에서 관계사나 다른 사업부의 눈치를 볼 겨를이 없다. 삼성전자 세트사업의 점유율 확대 정책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내년께 모니터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3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원가 낮추기에 적극적이다.  

 ◇문제점=세트업체가 품질이든 가격이든 최적의 부품을 사다 쓴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가 브랜드든 주문자부착생산(OEM)이든 가격인하 압력에 시달리는 모니터·이동전화 업체들로서는 값싼 부품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자사에서 생산하는 똑같은 제품을 외국 경쟁사로부터 사오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  

 삼성전자의 AMLCD사업부는 대만업체들과 힘겨운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바로 그 대만업체의 부품을 수입해 쓰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모니터사업부문이 대만산 부품을 사용해 효과를 보자 휴대폰·PDA사업부문에서도 대만산 부품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없었던 삼성전자의 대만산 보급형(STN) LCD의 수입이 지난 1분기에만 100만달러를 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4억달러 상당의 대만산 부품을 사용했는데 올해에는 5억달러 이상으로 늘려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대만산 제품을 적극 구입하자 LG전자도 구입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대만업체와 활발히 접촉중이다.  

 한국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시장퇴출의 위기에 놓인 대만업체들이 바로 그 한국업체들에 의해 버팀목을 마련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망=삼성전자의 대만산 제품 구입은 한시적인 것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가격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과 대만 제품의 가격격차는 최근 5% 안팎으로 좁혀졌다. 저가의 이점이 사라지면 구입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니터·이동전화 등의 가격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1∼2%라도 싼 제품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대만업체들은 정부와 금융기관의 각종 지원으로 생산비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국내업체보다 여전히 싼 값에 공급할 수 있다.  

 또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여유가 생기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대만 LCD업체들은 앞으로도 한국산과 가격차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대만산 구입 확대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른 사업부에서 경쟁사 제품을 사다 쓰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삼성 AMLCD사업부는 이를 이해하면서도 속은 쓰린 눈치다. 한 관계자는 “대만산 제품을 쓰느냐 안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시점이 좋지 않다는 것이 바로 문제”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