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이 정보기술(IT) 중심의 도시건설 프로젝트로 맞붙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의 문턱을 넘어선 21세기 동북아 주도권을 놓고 국내 1, 2위 도시인 서울과 부산이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패권다툼에 나섰다.
그 요체는 IT를 근간으로 하는 미래형 도시를 건설해 동북아 신경제의 중심으로 우뚝 서겠다는 것. 이를 위해 두 도시는 벌써부터 ‘디지털미디어시티(DMC) 프로젝트’와 ‘센텀시티 프로젝트’라는 마스터플랜을 수립, 본격적으로 단지조성사업과 투자자 유치를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이달초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디지털미디어시티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DMC 조성계획 및 추진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해외 투자자 및 입주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고건 시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왔으며, 부산시 역시 지난해말부터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한 ‘센텀시티 프로젝트 설명회’를 개최하고 ‘센텀시티 IT펀드’의 조성활동에 들어가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추진목적=두 도시 모두 21세기 지식정보산업을 주도하는 동북아의 대표적인 정보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21세기 아태지역 IT산업의 전진기지로 DMC를 건설, 서울을 태평양경제권과 대륙경제권을 잇는 동북아 중심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MIT미디어랩과 같은 세계적인 연구소와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해 대표적인 아시아밸리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부산시 역시 미래형 IT 복합신도시로 센텀시티를 개발, 동북아시아 지식정보화의 거점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센텀시티는 특히 부산시가 3대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하는 야심적인 프로젝트로 부산의 산업구조를 디지털산업으로 재편하는 것은 물론 빈사상태에 놓여 있는 부산경제를 활성화하자는 목적을 담고 있다.
◇추진현황=서울시가 지난 98년 첨단지식산업단지를 현재의 상암동 지역을 중심으로 건설키로 하는 계획을 수립했다면 부산시는 이미 96년부터 텔리포트 개념의 ‘부산정보단지조성계획’을 수립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적어도 사업의 기원은 부산이 서울을 앞선 셈이다.
부산시는 당시 수영비행장 부지를 매입, SK그룹을 사업자로 내세워 부산정보단지개발사업을 추진했으나 IMF로 인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본격적인 사업추진은 99년부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부산시는 99년 부산시가 출자한 센텀시티가 공동으로 사업을 재추진, 기존의 텔리포트 대신 디지털시티 개념의 ‘센텀시티 마스터플랜’을 확정해 지난해 11월 센텀시티 기반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서울시는 올해 2월에야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현재 이를 기반으로 단계별 추진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달초에는 ‘DMC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는 한편 최근에는 미국에 해외 투자유치단을 파견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지조성 현황=DMC는 현재 서울 마포구 상암동 지역 200만평의 부지에 건설된다. 이중 17만평이 첨단업무지역인 핵심 지식산업단지로 조성되며 밀레니엄공원(110만평)·환경친화주거단지(32만평)·꿈의과학관·월드컴경기장 등을 갖춘 미래형 복합도시로 건설된다.
센텀시티는 모두 35만4588평의 부지에 산업시설(5만7496평)과 지원시설(15만8779평)·공공시설(13만8313평) 등을 조성, 첨단디지털단지를 지향하고 있다. 이중 산업시설단지인 디지털미디어존은 모두 5만7496평으로 첨단산업단지로 조성된다. 따라서 핵심 첨단단지로 구성되는 단지규모나 전체 부지면에서도 DMC가 대규모다.
그러나 DMC나 센텀시티는 비슷한 첨단 복합단지를 지향하고 있지만 육성산업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DMC가 IT에 치중을 하고 있다면 센텀시티는 미디어산업에 비중을 두고 있다. DMC는 미국의 실리콘앨리를 모델로 첨단 IT단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인데 비해 센텀시티는 게임·애니메이션·영상·소프트웨어 등 IT부문을 포함한 미디어산업의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진 과제와 전망=DMC와 센텀시티 모두 입지여건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DMC의 경우 국제공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비행거리 3시간 30분 이내에 인구 100만 이상 아시아 43개 주요도시와도 직접 연계가 가능하다. 대학 등 각종 연구인력도 풍부하고 1000만이 넘는 소비인구도 버티고 있다. 센텀시티 역시 항구도시인 부산을 축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과의 연계성이 좋고 컨테이너 배후도로와 해운대 신시가지 우회도로 등 접근성도 좋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추진할 자금조성이 문제다. 현재 민자유치와 지자체 및 중앙정부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DMC는 현재 토지조성비로만 3000억원 이상이 투입됐으며 앞으로 용지분양과 정부의 지원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각종 세제혜택과 용지분양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선도기업의 유치가 기대만큼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시기가 다소 늦
춰질 수 있다.
센텀시티는 오는 2010년까지 모두 11조원이 투자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부진으로 인해 자금원인 용지분양이 여의치 않다. 특히 연 390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이 제정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용지분양이 센텀시티 프로젝트의 향방을 가름할 수 있다. 또 선도기업을 제대로 유치하지 못할 경우 IT의 집적화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양대 프로젝트가 동북아를 잇는 IT허브도시 육성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종 인프라 구축은 물론 국내외 유력 투자자본을 끌어들이는 한편 보다 완벽한 단계별 세부추진 계획을 수립, 민과 관이 공동으로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