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 합종연횡 배경과 전망

 

 인터넷업계가 본격적인 재편기에 진입했다. 말로만 무성하던 인수합병(M&A)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분야별로 시장을 주도하던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한집 살림’을 차리고 있는 것이다. 대형 인터넷업체에서 중소 전문업체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통합작업이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인터넷시장도 개별 비즈니스 모델이 자웅을 겨루는 ‘춘추전국 시대’를 마감하고 시장지배력을 갖춘 업체가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는 ‘합종연횡 시대’가 본격 열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황=합종연횡 시대에 불을 댕긴 것은 국내 인터넷 경매업체의 대표주자인 셀피아와 이쎄일이다. 두 회사는 옥션과 e베이에 맞서 통합 법인인 이셀피아를 설립하고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어 육아 포털분야에서 수위업체인 제로투세븐닷컴이 2위 업체인 베베타운을 전격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인터넷 법률시장을 주도하던 양대 사이버로펌인 로마켓과 로티즌이 합치기로 공식 선언하고 실질적인 통합작업에 착수했다. 이밖에 연초에는 PC통신업체인 천리안이 채널아이를 흡수하는 등 최근 인터넷업체에도 ‘규모의 논리’를 앞세운 인수합병작업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배경=인터넷기업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한 것은 1위 업체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논리 때문이다. 사실 진입장벽이 낮은 인터넷 시장에서 사업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시장 지배력’이다. 이 때문에 포털이나 전자상거래,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초기 인터넷기업들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마케팅과 프로모션 비용을 투자하며 회원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 쌓기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은 거품을 양산할 수밖에 없었고 수익모델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닷컴기업은 서비스 업체가 아닌 비즈니스 업체로 잇따라 방향을 선회했다.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무슨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것은 출혈경쟁을 하지 않으면서 시장지배력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경기불황으로 어려워진 인터넷기업의 주변 환경도 부정적이었던 인수합병을 우호적으로 인식을 바꾸는 데 동기를 부여했다.

 ◇전망=사실 지난해 중반부터 인터넷업계는 무수한 M&A설로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실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례는 불과 몇 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중소 인터넷업체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M&A나 온·오프라인 업체가 서로 결합하는 모델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180도 다른 구도로 통합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시장지배력을 위한 수위 닷컴업체끼리의 결합이다. 이는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합해 부동의 1위 업체 자리를 확고히 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올릴 수 있어 모든 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실리 차원의 인수합병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M&A 모델을 통한 합종연횡은 이제 시작이며 닷컴기업이 한 단계 진화하는 당연한 추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이 같은 추세가 자금난과 채산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물꼬가 트이지 않았던 인수합병 시장이 본격 조성돼 침체에 빠진 인터넷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