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평면TFT 모니터 가격파괴 소비자 선택의 폭 넓어진다

【iBiztoday.com=본지 특약】모니터는 늘 PC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PC제조업자들은 늘 한 묶음으로 된 패키지에 15인치 컬러 모니터를 얹어 주었고 소비자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물론 모니터 업그레이드가 가능했지만 모두들 메모리를 늘리는 게 최선의 투자라고 얘기하는 판에 모니터에 돈을 낭비할 사람이 어디 있었겠는가. 

 메모리를 늘리는 것은 좋은 투자지만 질 좋은 모니터와 무엇이 좋은 모니터인가를 이해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PC에서 우리가 직접 들여다보는 것은 메모리가 아니라 모니터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모니터들 중에서도 특히 평면 패널(flat-panel) 모니터가 소비자들뿐 아니라 PC제조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PC제조업체들은 모니터를 제외한 저가의 PC 패키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새너제이에 있는 스탠퍼드리소시스(Stanford Resources)의 로다 알렉산더 모니터 연구담당 실장은 “이제 성숙해진 PC 사용자 기반이 생겼다”며 “처음에는 한 묶음으로 된 솔루션을 편안하게 느꼈으나 요즘은 소매업체들과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우리 역시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아직도 PC를 한 묶음으로 파는 ‘패키지 세일’이 적지 않다. 그러나 PC 판매업체들은 특정한 단일 모니터에 묶이는 대신 선택의 기회를 열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니터 구입은 수년 전에 비해 전혀 쉬워지지 않았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평면 패널 스크린이 대량으로 소비자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선택이 오히려 까다로워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은 브라운관(CRT:Cathode Ray Tube) 모니터였다. 브라운관은 튜브를 이용해 컬러 빔을 스크린상의 픽셀(pixel:화소)에 쏘는 큼지막한 모니터다.

 평면 스크린을 지닌 공간 절약형 유닛인 TFT(Thin Film Transistor) 모니터가 브라운관 모니터보다 훨씬 나은 상품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격이 1000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수주 사이에 삼성전자와 NEC-미쓰비시가 15인치 TFT 유닛의 가격을 대당 500 달러 정도로 떨어뜨렸다. 이와 똑같은 유닛의 판매가격이 1년 전 1000달러, 2년 전에 2000달러였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대단히 파격적인 가격이다.

 알렉산더 실장은 가격 하락에 따라 TFT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그의 말대로 PC 구입 희망자들은 평면 패널 유닛에 관심을 보였고 과연 무엇이 더 좋은 모니터를 만드는 것인지 그 차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새너제이에 자리한 삼성전자의 프레드 가르시아 마케팅 담당실장은 사용자들의 필요와 모니터의 성능이 서로 맞아 떨어지거나 최소한 근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을 즐기는 PC 사용자들이라든지 웹 페이지 디자이너들은 e메일을 체크하기 위해 하루 30분 정도 컴퓨터에 로그인하는 사용자들에 비해 질 좋은 모니터를 필요로 한다.

 가르시아 실장은 “지금 당장의 사정만을 고려하지 말고 1년후를 생각하는 긴 안목에서 모니터를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응용프로그램들은 사용자들의 수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라며 “오디오시스템 구입시 소비자들이 스피커에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은 바로 그들을 통해 소리를 듣기 때문”이라고 빗댔다.

 가르시아 실장은 “사용자들이 PC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모니터”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모니터의 경우 온스크린 상태의 영상 밀도를 뜻하는 리플렉션(reflection)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고 화면 재구성 속도를 조절하는 리프레시 레이트(refresh rate)와 모니터가 픽셀 정보 변화를 처리하는 주파수대역(bandwidth)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꼽는다.

 스크린 크기와 스크린당 픽셀의 수를 의미하는 해상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게다가 캘리포니아에서는 에너지 효율성도 모니터 구입시 살펴보아야 할 요소다. 대형 컬러 방사 튜브를 제거함으로써 공간 효율성을 높인 TFT 모니터들은 전통적인 CRT 모니터들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30∼35% 가량 적다.

 개인 소비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지만 한꺼번에 여러 대의 PC를 사들여 사용하는 기업에는 꽤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니터의 일반적인 수명을 3∼4년으로 본다면 일반 소비자들도 장기적으로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

 일리노이에 자리잡은 NEC-미쓰비시의 알 기아존 부사장은 “고유 디자인 기반의 평면 패널 모니터는 화면이 흔들리는 듯한 현상이 없지만 CRT 형광체에서는 흔들림이 느껴진다”며 “이를 거북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평면 모니터는 자장(magnetic fields)도 방출하지 않는 반면 내부에 자력을 지닌 CRT는 자장을 뿜어낸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여전히 가격이다. 15인치짜리 평면 패널 스크린의 가격이 500달러면 무척 낮은 편에 속하지만 컴퓨터의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인 모니터에 ‘거금’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이를 판매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TFT 모니터가 우수한 제품이라 해서 CRT 모니터가 고물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알렉산더 실장은 “평면패널 모니터만을 고집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그는 “CRT 모니터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열심히 뒤지고 다니면 17인치 고급 CRT를 300달러 아래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15인치짜리 TFT모니터 가격이 이제 막 500달러 선으로 떨어진 것과는 차이가 있다. 무엇이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것인지가 선택의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