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협업에 약한 전통기업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에 너무 익숙하지 못합니다.”

 최근 e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한 담당자가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 주주사들인 오프라인 기업들의 힘겨루기를 조정하는 것이 더 까다롭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협업보다는 지나친 경쟁에 익숙해져 있는 전통기업들의 습성 때문이다.

 예전에 비하면 자체 e비즈니스 전략도 세우고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하는 등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업조차도 심하게 얘기하면 동종업계의 e비즈니스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담당자는 최근 주주를 새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쳐야만 했다.

 “만약 그 기업이 e마켓에 참여한다면 우린 나가겠소.” 으름장을 놓던 시장점유율 1위의 오프라인 기업은 결국 그 e마켓을 떠나고 경쟁사인 시장점유율 2위 업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더욱 우스운 것은 그 e마켓을 떠난 오프라인 기업은 다른 e마켓에 참여해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자신이 1등이듯이 온라인에서도 무조건 1등이어야 한다는 사고가 이런 현상을 낳게 했다고 본다. 쉽게 말해 협업의 문화를 아직도 이해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한 석유업체가 지난 3월 소모성원자재 공동구매, 산자부 B2B 시범사업 참여 등에 관한 안건을 국내 40여개 관련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석유협회에 건의한 적이 있다.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협회측은 기획위원회와 총회에 안건을 올렸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당시 석유화학 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이를 거부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협업에 대한 이해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의 논리대로 경쟁하는 것은 물론 당연하다. 그러나 산업 전반적으로 볼 때 중복투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고, 특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업체와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차원에서 협업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시기다.

 디지털경제시대, 기업간 가치사슬의 연계 또는 결합이 필수적이다. 산업간 경계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경쟁도 좋지만 협업도 충분히 고려하는 전통기업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경제부·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