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삼성전자 유인경전무

세계 디지털TV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발벗고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 등 삼성의 주요 전자 관계사 사장들의 모임인 ‘디지털TV일류화추진위원회’를 별도 조직으로 구성하고 진대제 대표이사 사장이 맡고 있는 디지털미디어총괄 산하에 ‘디지털TV일류화추진실’을 만든 것.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의 디지털TV를 세계 일류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영상사업부에서 디지털TV부문을 분리시켜 제품기획·개발·마케팅 등 실무를 담당할 ‘디지털TV사업팀’을 탄생시켰다.

 “디지털TV사업은 반도체나 자동차에 버금가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 그룹차원에서 앞을 내다보고 집중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대 디지털TV사업팀장을 맡은 유인경 전무(49)는 “디지털TV를 전세계 가정에 널리 보급시켜 삼성의 디지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전무는 “과거 컬러TV 시장에선 우리가 일본과 미국을 뒤쫓는 후발주자였지만 디지털TV 시장에선 모두가 비슷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하는 만큼 반도체·정보통신·가전·SW 등 다방면에서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세계 톱 메이커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마케팅 싸움입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TV를 통해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는 전략아래 오는 2003년까지 북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특히 마케팅 부문에 5000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제 꿈은 디지털TV로 제2의 CDMA 신화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삼성의 CDMA기술이 국내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을 발판으로 중국은 물론 전세계에 널리 퍼지고 있는 것처럼 하루빨리 국내에서 디지털 지상파 및 위성방송이 활성화, 디지털TV 내수 붐을 일으킨 후 이를 바탕으로 세계 주요 시장을 석권해 나가겠다는 게 유 전무의 전략이다.

 “과거 20년 동안 컬러TV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하지만 디지털TV의 등장으로 TV의 개념이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디지털TV는 단순히 방송을 수신해 깨끗한 화질과 음질을 제공하는 성능 좋은 TV의 개념을 벗어나 지상파·위성·케이블·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 소스를 수용하고 양방향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가정내 여러 디지털기기들을 홈네트워크로 연결해 이를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홈네트워크 시대의 중심을 차지할 디지털TV를 통해 ‘윈도 투 더 홈(window to the home)’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게 유 전무의 생각이다.

 유 전무는 “디지털TV일류화추진위원회의 첫번째 목표는 벽걸이TV로 불리는 세계 PDP TV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라며 “PDP TV의 경우 이제 막 종자단계를 마친 상태로 앞으로 좋은 과실을 수확할 수 있는 과수로 성장할 때까지 우리팀에서 좋은 묘목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PDP TV의 성패는 수율을 높여 가격을 낮추고 발열량을 줄여 안정성을 높이는 데 있다. 디지털TV사업팀은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 인력을 대거 투입한 만큼 올 하반기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PDP TV를 생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유 전무는 말했다.

 유 전무는 디지털 PDP TV와는 별도로 세계에서 삼성이 유일하게 선보인 디지털 FLCD TV를 곧 양산해 세계 디지털TV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10여년 동안 미국에서 유니시스·디지털·제록스 등 유수 기업을 거쳐 지난 97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유 전무는 지난 4년간 삼성전자 기술총괄 SW센터장과 중앙연구소 SW센터장을 맡은 경력 덕분에 ‘미스터 SW’로 불릴 정도로 SW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