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별난사람 보이시안닷컴 박신규사장, 쎄텍 김동규이사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강한 추진력을 생명으로 하는 IT 벤처기업들엔 회사의 성격만큼이나 독특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개성과 역량을 잘 조화시켜 하나의 멋진 ‘곡(曲)’을 만들어 가야만 벤처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 보이시안닷컴의 박신규 사장(29)과 쎄텍의 김동규 이사(33)는 음악에 있어서는 프로다운 안목과 실력을 가지고 벤처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재즈의 ‘비정형성과 즉흥성’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가장 큰 매력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재즈로부터의 다양한 문화적 자극이 치열한 사회활동에 커다란 위안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성 인식 및 합성 기술을 통한 인터넷 보이스 포털 사이트를 운영중인 보이시안닷컴(http://www.voician.com)의 박신규 사장은 벤처기업의 CEO이자 재즈 칼럼니스트다. 짙은 뿔테안경에 텁수룩한 수염탓에 첫눈에 보기에도 형식, 절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역시 한 벤처기업 선장의 그것이다. 잦은 기획회의, 비즈니스상담, 불규칙한 수면 등. 그런 그지만 매일 저녁 치열한 벤처현장을 뒤로 하고 잠시 맛보는 그만의 ‘절대공간’에는 어김없이 재즈의 선율이 흐른다.

 벤처스타의 꿈을 안고 달려온 지난 2년 동안 재즈는 그에게 있어 생활의 ‘비타민’이자 ‘친구’가 되주고 있다. 지금도 그의 책상 한켠엔 ‘돈 퍼플린, 베니그린, 몬티알렉산더, 칙코리아’ 등의 앨범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그가 모은 5000여장의 CD앨범중 희귀앨범인 ‘레이블 INTEKT’와 ‘FMP’는 그가 가장 아끼는 애장품.

 박 사장은 지난 91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재즈 단체인 한국재즈협회(KJC)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협회에서 진행한 수십여 차례의 재즈공연 기획은 물론 작품해설과 평론가로서 참여해 왔다. 96년에는 교육방송(EBS)에서 재즈 평론가로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94년 ‘윈튼 마샬리스’ 공연, 95년의 ‘모던재즈 퀘텟’ 공연 그리고 지난해 ‘멕코이 타이너’ 공연은 지금까지도 인상에 남는 공연이었죠.”

 요즘 그를 흥분시키는 것은 오는 6월에 열리는 ‘백개의 황금 손가락 2001’ 공연. 박 사장도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2년에 한번 열리는 공연으로 ‘멜 웰드런’ 등 뛰어난 재즈 피아니스트 10여명이 연주하는 재즈공연의 축제다. 바쁜 벤처의 일상이지만 재즈에 대한 첫사랑은 잊혀지지 않는 것같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및 복제 방지 솔루션 업체인 쎄텍(대표 승흥찬http://www.settec.co.kr)의 기획·마케팅 담당 김동규 이사는 재즈와 달리 강한 비트와 호흡이 생명인 록밴드의 연주자이자 음반 프로듀서였다.

 고등학교 시절 컴퓨터 음악에 매료돼 음악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지만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로 공과대학에 진학했던 그는 결국 87년부터 대학의 록밴드의 키보드 연주자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90년부터 활동한 언더그라운드 록밴드인 ‘스트레인저’와 ‘미스테리’는 음악전문 잡지의 인기순위에서 장기간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고 공중파 라디오 방송의 특집 프로에도 출연하는 등 록 마니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기도 했다. 특히 95년 록밴드 ‘몽키헤드’ 활동시 내놓은 앨범은 10만장이 판매돼 관련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화제를 모았던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영화음악과 OST를 직접 제작, 녹슬지 않은 그의 기량을 뽐내기도 했다.

 “지금은 한 벤처기업인이 됐지만 여전히 지난 음악활동이 제 삶에 비옥한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모델 구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죠.”

 김 이사의 집엔 자신만의 레코딩 스튜디오가 있다. “요즘엔 조금씩 먼지가 쌓여 가고 있지만 가끔 밤늦게 음악 기기의 볼륨을 높이고 담배 한대 피워 물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곤 하죠”라며 미소짓는다.

 ‘재즈와 록’. 두 음악장르가 주는 ‘자유로움과 모험정신’은 벤처의 그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들의 음악사랑이 벤처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한 맛깔스러운 양념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