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큰 석유 생산국이다. 세계 석유 생산량의 5%인 하루 325만 배럴이 중국에서 나온다. 페르시아만 석유 생산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다음으로 많은 양이다.
하지만 중국의 석유 보유량은 전세계 보유량의 2.3%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할 만큼 석유자원이 넉넉지 않다. 중국은 94년부터 주요 석유 수입국이 됐다. 연평균 8%라는 경제 성장률도 중국을 주요 석유 수입국으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다.
97년에 중국은 자국 석유 생산량의 20%를 외국에서 수입했고 2000년에는 하루 100만 배럴을 수입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2010년에는 매일 300만 배럴을 수입해야 할 처지다. 하루 325만 배럴은 중국이 자체 생산하고 100만 배럴은 수입을 하는 셈이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향후 20년 안에 두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석유 생산량은 지금과 큰 변동이 없을 것이 뻔하다. 수입 석유에 의존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하루 수입량 100만 배럴이 600만∼900만 배럴로 증가할 경우 중국은 미국에 이어 제2의 석유 수입 대국이 될 판이다.
더구나 중국 지리학자들의 보고를 바탕으로 한 미국 지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 부존량은 550억∼1280억 배럴로 추산되고 있고, 결국 중국의 석유 생산은 2015년부터 줄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은 매년 자국의 석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가진 것은 한정되어 있지만 빼먹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90년 하루 생산량 280만 배럴이 97년에는 320만 배럴로 늘었고, 2005년에는 330만 배럴, 2010년에는 350만 배럴로 늘려 잡고 있다. 미국이 매년 자국의 석유 생산량을 줄이고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석유 수입량의 증가는 결국 중국의 국가 안보 및 경제 안보와 직결
되는 문제가 되고 말았다.
누가 중국에 석유를 대줄 것이냐 하는 의문이야말로 차일피일 미뤄둘 수 없는 인류의 에너지 문제다. 현재로선 답은 한가지뿐이다. 중국에 꾸준하게 석유를 대줄 만한 최적지로 페르시아만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할수록, 석유 수입량이 늘어날수록 중국의 페르시아만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를 지지하고, 미국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이란에 순항 미사일을 판매하는 등 중동 외교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는 중국이 기댈 곳이 못된다. 이미 석유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있는 탓이다. 스프라틀리 군도를 포함해 아시아 다른 지역에 중국이 눈독을 들일 만한 석유 생산지는 찾기 힘들다. 중동, 특히 페르시아만의 원유 외에는 중국이 기댈 언덕이 없고, 수입량의 약 80∼90%를 페르시아만 석유로 대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중국이 대양 해군(blue-water navy) 정책에 목을 매는 이유 중의 하나도 페르시아만에 대한 중국의 사활이 걸린 이해관계 때문이다.
천연가스도 문제다. 중국 정부의 천연가스 에너지 정책에 따르면 가스 소비량은 2010년 안에 현재의 5배로 뛰게 되어 있다. 중동산 천연가스를 더 수입해야 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미국 천연가스 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의 자국 생산량(200억㎥)을 최소 다섯배까지 증가시킬 수는 있으나 이 정도의 양으로 필요한 가스 소비량을 충당시키기에는 태부족이다. 연간 600억㎥를 수입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의 석유 에너지 소비증가의 대표적인 예는 자동차다. 중국은 96년에 14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했고 4년 후인 2000년에는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연간 270만대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연간 600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중국의 예상 등록차량 수는 무려 5000만대며, 이 수는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향후 20년 안에 중국이 중동산 석유의 주요 수입국이 될 것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동산 석유에 사활이 걸려 있는 중국은 중동 산유국들을 상대로 절묘한 줄타기 외교를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