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콘텐츠 내용등급제 도입이 업계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번에는 무선인터넷 콘텐츠에 등급제를 적용하자는 정부산하기관의 의견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전자정보통신연구원(ETRI)은 무선인터넷 콘텐츠에 대해 등급을 매겨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모바일 콘텐츠 보호등급 방식 표준’을 오는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개막되는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 창립총회에서 공식 제안키로 했다.
ETRI는 지난 달 가진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운영위원회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주요 안건으로 채택키로 합의했으며 향후 해당 분과위원회 등의 검토를 거쳐 세부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ETRI가 제안하게 될 표준안의 주요 내용은 △xHTML과 WML기반 무선인터넷에서의 콘텐츠 표현 언어에 대해 콘텐츠 등급을 추가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의 제공 △무선인터넷 단말기에서 콘텐츠 등급을 인식해 선별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의 제공 △무선콘텐츠제공자(CP)에 대해 콘텐츠 등급을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인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관련, ETRI의 한 관계자는 “무선인터넷은 청소년층의 이용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므로 콘텐츠 등급제를 매겨 청소년을 유해 정보로부터 차단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등급제 표준안 제안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무선인터넷 콘텐츠업계는 ETRI의 제안 계획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등급제가 도입될 경우 제대로 통제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업계만 위축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 이동통신서비스업체 관계자도 “현재 성인 콘텐츠를 제공중인 이통 사업자는 성인 콘텐츠에 대해 청소년이 접근할 수 없도록 주민등록번호 입력 등 인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성인정보 제공 및 습득은 자발적인 자정노력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도 “청소년 보호를 빌미로 당국이 무선인터넷까지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견해를 밝혔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