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게임, 세계화에 눈을 뜰 때
-한국게임제작협회 김정률 회장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지난 70년대 게임장(일명 오락실)에 ‘인베이더’라는 아케이드게임을 시작으로 3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시장규모도 1조원을 육박하는 거대시장이다. 국산 아케이드게임기는 매년 게임 수출의 80% 이상 비중을 차지해온 중심품목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국내 게임산업은 비교육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규제위주의 정책으로 음성화하고 영세화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심의제도 도입으로 창의성마저 상실, 비슷한 역사를 지닌 일본 등에 세계시장을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국내 아케이드게임산업은 사상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경제적 불황과 소비욕구 급감, 지난 2년간 게임장을 휩쓸고 간 이른바 ‘DDR’ 열풍의 자리를 메워줄 포스트게임 부재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온라인게임의 PC방 침투와 가정용 콘솔게임의 새로운 시장 형성도 무관치 않다.
일본과 미국 등 게임 선진국들의 예를 보더라도 게임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아케이드게임은 하강세로 접어든 반면 온라인게임과 가정용 콘솔게임은 비상하는 등 시장판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세계 게임업계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와 닌텐도의 ‘큐브’,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등 가정용 콘솔 하드웨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아케이드게임 개발사들은 이러한 국제적인 추세에 대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이른바 사행성 게임이나 단순한 메커니즘 게임 등의 개발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기존 각자의 철옹성을 쌓아왔던 게임 플랫폼들이 짧은 시간에 융합될 것이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필자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게임제작협회는 아케이드게임분야에서도 온라인네트워크화가 급진전할 것으로 보고 게임장 수요 창출을 위해 게임기의 네트워크화를 추진중에 있다. 컴퓨터게임장을 인터넷으로 묶어 아케이드게임의 네트워크 대전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사업에는 현재 국내 유수의 10여개 개발업체가 참가해 보드 개발 등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가시화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앞으로 컨소시엄 구성에 있어 아케이드는 물론 온라인과 PC 게임 개발사 등 가급적 많은 업체를 참여시킬 방침이다. 일본과 동남아 등지의 게임업체와도 공동 게임툴 개발 등을 포함한 제휴를 통해 ‘윈윈’사업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한편 국내 아케이드게임업계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규제 일변도의 게임심의제도라고 본다. 게임심의제도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로 이웃 일본의 경우 업계 자체에서 자율심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의목적에서부터 심의기준·시행방법·절차 등이 규제 일변도여서 근본적인 틀을 바꾸지 않고서는 현재 게임업계에 팽배해 있는 피해의식을 종식시키지 못할 뿐더러 더이상의 게임산업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사행성 게임의 경우 행위자 위주의 처벌을 해야 하며 행위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규제정책을 펴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것’과 같은 전 근대적인 행정이며 국제사회의 흐름에 반하는 정책으로 과감히 타파해야 할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오는 9월 시행에 들어갈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포함된 싱글로케이션제도는 한국 아케이드게임산업 발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싱글로케이션제도는 빨리 정착돼야 한다.
끝으로 게임콘텐츠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는 선진 게임강국의 진입을 가로막는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에도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가 동일한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정부예산이 낭비되고 업계는 이전투구와 분열양상으로 방황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가 아닌가.
문화부가 게임산업 주무부서로의 위상을 정립해 중복사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게임업체와 협회 등이 화합·발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