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란의 역습이 시작된다.’
유닛들의 약한 전력 때문에 약체로 전락했던 테란 유저들이 최근 프로게임리그에서 거센 반격을 몰아치고 있다.
테란은 경기 초반 기지와 유닛을 건설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기본 유닛의 전력도 약해 지난 한해 동안 기세를 떨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온리 테란’을 고집해 온 의지의 테란 전사들이 전력의 약세를 전략으로 극복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테란의 반란을 주도하는 선두주자는 ‘테란의 왕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임요환. 임요환은 지난해까지 각종 대회에서 선전하며 상위권에 진출했으나 번번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테란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하지만 임요환은 전국의 스타크 강자들이 총출동한 한빛소프트배 온게임 스타리그에서 당당히 우승하며 테란의 역사를 새롭게 바꿔놓았다.
그는 지난 5일 세종대 대양홀에서 펼쳐진 대회에서 ‘저그의 달인’인 장진남을 3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안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약체 테란으로 스타크 대회를 평정한 임요환은 인터넷 다음 카페에 1만2000여명의 팬들을 불러 모으며 프로야구의 ‘이승엽’에 버금가는 ‘임요환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 AMD배 PKO세컨드스테이지에 출전하고 있는 KTF 매직엔스의 테란유저인 주한진은 시즌 3연승을 일구며 팀을 선두로 부상시켰고 KTB 퓨처스의 김정민도 테란으로 최근 2연승을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디지털배KIGL 상반기리그에 출전하는 KTB 퓨처스의 박윤정도 테란을 이용한 꾸준한 전력 탐구를 바탕으로 팀을 상위권에 진출시키는 등 테란 유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테란유저들이 이처럼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선수들이 꾸준한 노력을 통해 테란만의 독특한 전략을 연구해온 덕분이라는 평가다.
임요환은 “가장 인간적인 종족인 테란이 프로토스, 저그에 밀려 약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싫었다”며 “맵에 따라 테란의 특징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찾기 위해 실제로 팔이 빠질 정도로 연습을 해왔다”고 말했다.
테란 유저들의 활약과 함께 지난 18일에는 테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스타크래프트 1.08패치가 발표되면서 테란의 강세가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발표된 1.08패치에서는 테란 유닛인 발키리의 미사일 공격력이 6으로 강해졌고 시야와 스피드도 높아졌다. 또 미사일 터렛의 개발비용이 75로 낮아졌으며 배틀크루저의 생산시간이 단축되는 등 공중전 공격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됐다.
반면 프로토스는 드라군의 능력이 상당수 감소됐으며 저그는 럴커의 생산비용이 증가해 초반 테란 상대의 필살 전법인 ‘패스트 러커’ 전법의 사용이 어려워졌다.
이에따라 올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테란 유저들의 반격은 반란의 수준을 넘어 테란 천하달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낳게 하고 있다.
이에대해 게임리그 운영업체인 배틀탑의 정환렬씨는 “1.08패치의 등장으로 그동안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여온 테란 유저들의 강세가 점쳐진다”며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종족의 특성뿐만 아니라 맵에 따라 전투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누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