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말이 필요없는 만국 공통어죠. 학력이요? 그런 거 필요없어요. 음악이 좋으면 그만인 거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함께 음악에 몸을 싣고 리듬을 타다보면 어느 새 서로를 잘 이해하는 십년지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다음달 음악채널을 개국하는 채널브이코리아에는 이같은 ‘신비한 유대관계’를 믿는 젊은 음악마니아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있다. 60명 직원 중 50명이 학력같은 거추장스러운 이력을 무시하고 단지 음악에 대한 애정과 끼를 기준으로 채용이 됐다.
“뮤직비디오 촬영은 매력적인 일이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없으면 하기 힘들죠.”
어깨까지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가 인상적인 정진우(27)씨는 채널브이코리아 뮤직비디오 촬영담당이기 전에 자타가 인정하는 지독한 가요 마니아다.
음향담당인 박성재(33)씨는 강원대 재학시절 키보드부터 베이스기타까지 웬만한 악기는 다 다루어본 경험이 있는데다 직접 작곡도 가능한 재주꾼.
백댄서가 꿈이었던 김형섭 PD(27)도 일찌감치 음악에 마음을 빼았겼기는 마찬가지다. 김 PD의 하루는 카오디오세트로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들으며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채널브이코리아에는 흔들흔들 몸으로 음악을 즐기며 복도나 칸막이를 거니는 사원들의 젊은 기운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이 선보일 음악채널은 뜻밖에도 댄스음악 일색인 기존 음악 채널들로부터 소외된 30∼40대 중장년층을 향해 있다.
TV에서 라디오·음악카페에 이르기까지 어디를 가나 마땅히 들을 음악이 없는 중장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단순히 구색 맞추기용으로 1∼2편 386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중 10시간 가량을 그들만을 위한 음악들로 할애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연가’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신청곡들을 다양하게 들려주는 것은 물론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뮤직비디오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립싱크를 지양하고 라이브 중심의 생생한 무대를 자주 만날 수 있다는 점과 해외 최신 뮤직비디오를 발빠르게 공수해 보여줄 계획이라는 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 마디로 30∼40대를 위한 음악 공간을 마련하는 동시에 젊은 음악마니아들도 놓치지 않겠다는 욕심인 셈이다.
이 욕심처럼 인간 냄새나는 음악채널 개국을 앞두고 요즘 강서구 염창동 채널브이코리아 사옥에는 늦은 밤까지 음악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채널브이코리아의 김형섭 PD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회사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며 “모든 시청자가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종합 음악 채널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