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앙굴렘(Angouleme)’이라는 소도시가 있다. 파리에서 TGV로 약 3시간이 걸리는 지방 소도시. 이 도시에서 새로 선출된 30세의 젊은 시장은 특별한 관광상품도 없고 특산물도 없는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바로 만화였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2001년 1월. 특성화된 국제만화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제대로 된 호텔 하나 없는 지방 소도시에 전세계에서 약 2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이들이 앙굴렘을 찾는 이유는 이 도시에서 열리는 만화페스티벌에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만화출판의 경향과 동서양을 관통하는 전세계 만화출판사의 베스트셀러가 모두 전시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아기공룡 둘리’와 ‘누들누드’ 등이 유럽 만화계 인사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다고 하는데 결국 이 행사에 참가한 출판사에게서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는 또 ‘안시(Annecy)’라는 조그만 휴양도시가 있다. 매년 전세계로부터 약 2500편의 장단편 애니메이션들이 본선 진출을 위해 몰려드는 애니메이션 천국이다.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그림 같은 도시, 안시는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 전세계에서 몰려든 수십만명의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 의해 식당과 호텔·쇼핑센터가 가득찬다.
견본시장 입장료만 한화로 40만원대. 그래도 매년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바이어들로 북적거린다. 결국 안시는 하나의 국제 행사로 더욱 여유로운 도시가 된다.
최근 문화관광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문화 거점 육성을 위해 ‘만화’는 부천시, ‘애니메이션’은 춘천시를 선정해 2002년까지 약 1000억원의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 지자체들이 앙굴렘과 안시 같은 해외 성공모델을 분석하고 준비해온 것이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특히 부천시의 경우 서울 근교의 베드타운이라는 문화적 한계를 적극적인 문화상품 공략으로 특화시킨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의 도움을 기반으로 시장과 시청 전문부서의 일치된 행정력은 부천국제환타스틱영화제·부천필하모니오케스트라·부천만화정보센터·부천국제대학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 4대 문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제 중앙정부의 본격적인 지원이 노력의 결실을 맺고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우리의 만화를 보고, 우리의 애니메이션을 사기 위해 전세계의 마니아와 바이어들이 부천 시내를 가득 메우는 기분 좋은 미래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중앙정부에서도 일회성의 지원이 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추가적인 정책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