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전자 유통시장은 신유통점으로 인해 온통 들끓고 있다.
이는 지난 99년 3월 대형할인점 이마트가 당초 지역 텃세가 심한 원주시에 신유통채널 가운데 첫 테이프를 끊고서 입성해 지역 기반의 재래시장과 전자대리점을 해당지역 시장에서 밀어내기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특히 전자양판점 하이마트가 강릉·동해·삼척·원주·춘천·속초·태백·홍천 등 시단위를 중심으로 지난 99년 4월부터 연말까지 8곳에 연달아 점포를 내 지역 기반의 소형 전자대리점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잠식하면서 토종 전자유통점들과 신유통점들간의 시장구도가 급속하게 한쪽으로 편중되기 시작했다.
다른 전자양판점인 전자랜드21도 뒤늦게 강원도 상권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차린 가운데 지난해 4월 춘천점을 내고 일년이 지난 지난 4월 원주에도 진출한데 이어 오는 9월에도 강릉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강원도 지역상권 내 토종 상인들의 의욕이 크게 저하되는 등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신유통점들은 4∼6월에 있는 혼수특수와 여름상품특수 그리고 9∼11월에 혼수특수와 난방기기특수 등 전자제품의 양대 대목기간에 집중적으로 판촉활동을 펼쳐, 평균 20∼30% 가량 전자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데다 각종 사은품까지 경품으로 얹어줘 소형 전자대리점들의 방문객이 현저히 줄어들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이마트·전자랜드21·이마트 등 신유통점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전자제품을 공장도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데에는 어떤 소형 전자대리점이라 하더라도 판매량도 많지 않고 3% 내외의 제품마진만을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저히 배겨날 재간이 없기 때문.
게다가 강원도 소득수준이 중하류계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소비자들은 단 돈 1만원이라도 싼 저가제품을 찾게되고 신유통점이 상대적으로 납품가격 조건을 협상하는데 있어 유리한 소형제품이 ‘고객미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집객력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춘천 삼성전자 한 대리점은 “지난해와 올해 매출 변동은 없으나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과 가격경쟁을 하느라고 오히려 수익은 줄어들었다”며 “대형할인점마저 진출하게 되면 전자대리점 절반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 경제의 풀뿌리라고 할 수 있는 소형 전자대리점을 송두리째 뽑아버림으로써 지역경제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소형 전자대리점 사장들의 목소리가 상권경쟁이 치열한 원주·춘천·강릉 지역을 중심으로 강원도 전역으
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연말엔 강릉지역 중소 상인들로 구성된 ‘재벌유통유치반대투쟁위원회’가 설립돼 이마트 강릉점과 롯데 마그넷의 강원도 진출을 반대하는데 적극 나서면서 영세상인들의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시장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격할인과 물량공세를 앞세운 신유통점들로 인해 전자대리점은 물론 중소 슈퍼마켓들이 잇따라 폐업함으로써 지자체가 거두는 세수는 적어지고 대형매장이 벌어들이는 판매대금은 지역에 머물틈도 없이 당일 서울 본사로 송금돼 지역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유통 채널의 출현으로 기존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진적이고 창의적인 경영기법을 도입,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고 특성화 시장을 겨냥해 과감하게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강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또 신유통채널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는 것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전자유통시장의 변화라며 오히려 할인·양판점를 극복할수 있도록 고객관계관리(CRM)를 도입, 고객만족를 높이고 디지털 가전제품 매장으로 전환, 지역기반의 토종상권의 권리를 되찾자는 소리가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등 강원도 지역은 신유통점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