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자상권>영남권-대형화·전문화 바람 거세게 불고 있다

 부산과 대구·경남·경북을 포함하는 영남 지역은 인구나 경제 규모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큰 전자유통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전자 및 컴퓨터 유통업체간 시장경쟁도 수도권 다음으로 치열한 지역이 영남권이다.

 부산과 경남 지역은 해안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전자유통 시장도 다소 개방적인 반면 대구와 경북 지역은 다소 폐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영남 지역은 하나의 광역상권을 이루면서 한편으로는 경쟁적 위치에서 전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부산은 항구도시라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유명 전자제품이 일명 깡통시장으로 불리는 국제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등 가전제품의 소비자 구매성향이 상당히 개방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90년대 유통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부산이 일본 전자제품의 진출기지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입지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경제 면에서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력산업인 신발산업의 사양화와 생산공장의 탈부산현상으로 부산은 산업공동화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400만명의 부산은 수도권 다음으로 큰 전자유통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찌기 계열점과 전파상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던 부산의 전자유통 시장도 IMF를 거치면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IMF 이전까지 총판-대리점-계열점 및 전파상으로 이어지던 가전제품의 유통체계가 대형대리점·전자양판점·대형할인점 등 대형점 체제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소비자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가전 유통의 최하위 단계인 계열점과 전파상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최대 1000여개점에 이르던 부산 지역의 계열점과 전파상들이 지금은 절반 이하로 크게 감소했다. 이와 함께 가전제품의 대형화와 맞물려 가전 유통의 중심이 소형판매점에서 대형유통점 체제로 점점 옮겨가는 추세다.

 더구나 90년대 중반까지 가전 3사의 간판급 대리점이던 부산의 광복·중앙라디오 등 주요 대리점들은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를 비롯해 전자랜드21과 하이마트 등 대형가전유통점과 전자양판점들에 자리를 물려주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 현재 부산 지역에는 메가마켓·아람마트 등 지역업체를 비롯한 LG마트·삼성홈플러스·이마트·까르푸 등 15개의 국내외 대형할인점이 개점해 영업하고 있다. 또한 올해 들어서도 월마트 등 대규모 할인점이 신규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등 부산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소규모 유통점의 입지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또 부산·경남 지역 컴퓨터 시장의 영업 환경은 최근 수년간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91년 율곡상가와 한창정보타운(구 연산컴퓨터도매상가) 등 2개의 집단 컴퓨터상가로 출발한 부산 지역 컴퓨터 유통 시장은 현재 부산에만 10여개의 집단컴퓨터상가가 영업 중이다. 특히 해운대 지역은 해운대컴퓨터도매상가와 썬프라자컴퓨터상가가 개장한 데 이어 1개의 컴퓨터몰이 개장을 서두르는 등 해운대 신시가지 상권을 겨냥해 1년 만에 3개의 집단상가가 들어서고 있다.

 경남 지역 역시 90년 이후 마산의 기산프라자, 창원의 공구컴퓨터상가, 울산의 성남프라자와 삼산컴퓨터상가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집단상가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처럼 부산·경남 지역의 전자유통 시장은 최근 상권분화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집단상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지역상권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또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 등의 전자상거래와 대형할인점·양판점 등 신규 컴퓨터 유통망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 급속한 상권분화와 새로운 유통망의 등장,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산·경남 지역 컴퓨터상가의 상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250만 인구의 대구 지역 전자유통 시장은 지역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양판점·대리점·전문상가 등이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벌이며 시장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마트와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들이 대구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기존 백화점과 전문상가를 크게 위협하고 있고 각 매장들은 지역 고객들을 잡기 위한 대규모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가전과 컴퓨터 등 대구 지역의 전자유통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하이마트를 비롯한 양판점과 할인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물건과 저가격 정책이 가장 큰 무기인 셈이다.

 이에 맞서 가전 3사의 각 대리점들은 단순히 물건만 판매하던 기존의 판매 방식에서 탈피, 제품 교육과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고객밀착서비스를 개발, 가전시장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전 3사 가운데 삼성전자 대리점인 삼성디지털프라자의 경우 최근 제품전시관을 설치한 데 이어 판매 전문가와 디지털 마케터를 활용, 제품 안내 및 상담에서 제품 폐기까지 관리해주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역 백화점들도 특히 가전 분야에서 지역 할인점과 양판점·대리점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는 뒤진다는 판단에 따라 고급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가전 및 컴퓨터 전문상가는 기존 백화점과 할인점에 비해 가격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대구에는 현재 가전 및 컴퓨터 전문상가로 교동시장과 지난해 오픈한 전자관이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을 통틀어 가전 및 컴퓨터 분야에서 매장 집중 분포의 모습을 갖고 있는 교동시장 전자상가는 대구종합유통단지 전자관의 오픈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99년에 준공,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전자관은 아직 지역에서 전자유통 상가로서 인지도가 낮은 편이긴 하지만 주차 등 쇼핑 환경이 쾌적하고 가전 및 정보통신 관련 품목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백화점형과 재래시장 형태를 모두 갖춰 향후 대구·경북 전자유통 시장의 중심 상권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80년대 중반부터 컴퓨터 및 가전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한 교동시장 전자상가는 업체 수 및 매출 증가라는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상권 확대라는 측면에서 볼 때 물류·주차시설 미비 등 재래시장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장기 비전 제시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유통시장 판도에서 뚜렷한 변화를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전자관이 오픈될 당시 위기감을 느낀 교동시장 전자상가의 업주들이 전자관으로 상당수 이동했고 지금도 교동시장과 전자관에 2개의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업주들도 있지만 전자관은 아직 기대만큼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교동시장 전자상가는 시내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고 싼 가격, 다양한 품목이라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지니면서 전자관과 나란히 대구·경북 지역의 양대 전자상권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윤승원기자 swyun@etnews.co.kr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위기의 부산 컴퓨터상가

 

 영남권 최대의 전자상권을 주도하고 있는 부산컴퓨터상가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정보화에 따른 컴퓨터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그동안 크게 성장하던 부산 지역 컴퓨터상가들이 바쁘게 움직여야 할 요즘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컴퓨터상가의 전체 매장업체들이 매출감소를 피부로 느끼고 있고 컴퓨터상가마다 썰렁한 분위기를 금방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상인들의 얼굴에도 시름이 가득하다.

 더구나 부산 지역 컴퓨터상가의 영업 환경은 최근 수년간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91년 율곡상가와 한창정보타운(구 연산컴퓨터도매상가) 등 2개의 집단 컴퓨터상가로 출발한 부산컴퓨터상가의 역사는 10년이 됐다. 지금은 한창정보타운과 부산컴퓨터도매상가를 비롯한 가야컴퓨터도매상가·마트월드·인포·중앙컴퓨터도매상가 등 부산 지역에만 10여개의 집단컴퓨터상가가 영업 중이다. 경남 지역의 경우 마산의 기산프라자, 창원 공구상가컴퓨터월드, 울산 삼산컴퓨터상가 및 성남프라자 등의 컴퓨터상가가 조성돼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부산·경남 지역에 컴퓨터상가가 크게 늘어나면서 상권분화현상이 가속화돼 한정된 부산·경남의 상권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 상가와 신흥 상가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상권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컴퓨터상가가 컴퓨터 유통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던 것과 달리 요즘은 인터넷이 컴퓨터 제품 및 가격 정보를 더 빨리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 등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대형할인점과 양판점 등 신규 컴퓨터 유통망이 크게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컴퓨터상가의 입지가 줄어들고 고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급속한 상권분화, 새로운 유통망의 등장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컴퓨터 매기 침체로 인해 부산 지역 컴퓨터상가업체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상가업체들로서는 이런 시장 환경의 변화에 맞춰 발빠른 영업전략의 전환이 요구된다. 소규모 업체끼리 연계해 공존공생의 길을 모색하거나 지역상권 중심의 지역밀착형 영업을 대폭 강화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모색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부산 지역 컴퓨터상가의 매장업체들은 최근 매장 수를 줄이거나 영업인력을 최소화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또 일부 매장업체들은 각 상가의 특정업체와 연계해 제품구매 및 영업활동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연계해 솔루션 영업을 추진하거나 고객DB 마케팅 등의 새로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컴퓨터상가 상우회 차원에서는 전자상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상가 홈페이지를 활용함으로써 향후 전자상거래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부산=윤승원기자 sw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