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자유통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할인점이나 전문점의 열풍에 전자대리점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전자전문 상점가나 상가집적으로 나가야 하고,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른 전자유통의 새로운 측면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앞으로의 전자유통은 크게 네가지 관점에서 예측해 볼 수 있다.
첫째 앞으로의 전자유통은 기존의 대리점체제와 대형할인점 및 전자제품 전문점들의 체제가 공존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대리점들 중에서 자체적인 경쟁력을 완비하지 못하고 있는 점포들은 상당수가 판매부진에 처하면서 수익구조가 점점 악화될 것이다.
대리점들이 일년에 적어도 수십억원 이상의 판매를 달성해야 어느 정도 구매력(바잉파워)을 갖게돼 메이커들과 가격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그 기준에 미달하는 대리점들은 소형끼리 모여 공동구매를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매입의 물량을 보관할 물류창고가 완비되어 있지 않거나 도매대리점에서 소매대리점으로의 배송루트가 적절하게 준비돼 있지 않다면 공동매입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단순배송에 치중하는 도매대리점의 자금력과 소매대리점들의 단결력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실제적으로 잘 되지 않고 있다.
전자 대리점의 약화를 가져오는 것은 수천평의 매장에서 100∼200평 정도를 전자제품에 할당하고 십여개 이상의 체인형 점포를 가진 할인점들과 수백평 규모의 매장을 전국에 수십∼수백개씩 거느린 전자 전문점들이다.
할인점들이 전자대리점을 통해서 제품을 구매하다가, 메이커와 직접 거래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엄청난 바잉파워 때문이다. 국내의 여섯 개 대형 할인점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세개 혹은 많아야 네개의 업체로 재편될 것이다. 그리고 각 할인점 체인들의 점포수는 많으면 50여개에서 적어도 30여개를 넘어서는 규모가 될 것이다. 두개의 전자용품 전문점들도 지금보다는 아무리 적어도 1.5배 이상의 점포수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할인점이든 전문점이든 단일 업체에서 매출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게 되면 메이커가 이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전문점 한 곳만 해도 연간 전자제품 매출이 1조6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전자유통의 헤게모니는 빠르게 유통업체로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커가 할인점과 전문점에 납품하는 가격이 기존 대리점에의 납품가보다 5∼10% 정도 저렴하게 되면 할인점과 전문점은 대리점에 비해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가 훨씬 적고 또 체인형태의 특징상 간접비 축소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대리점들은 할인점과 전문점에 가격으로 대항할 수는 없게 되고 다른 고객밀착형 영업(안면장사, 친밀장사, 고객정보 활용장사)으로 나가야만 한다. 일정 규모 이상(월 매출 수억원 이상)의 전자대리점은 이것을 자체적으로 해 나갈 수 있으나 나머지 대리점들은 자체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들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메이커는 자사가 통제가능한 방식으로 일종의 전자 양판점을 운영하고 있다. 자본투자를 해서 법인형태로 할 수도 있고, 기존 직원을 퇴사시켜서 인적유대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직접 유통의 비용이 상당히 소요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메이커로서는 현재의 전자유통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미래의 발전방향에 따른 새로운 유통방식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새로운 전략의 방향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면 아주 다양한 방식들이 활용될 수 있다.
둘째, 앞으로는 전문화나 집단화 형태로 나가는 것이 현재보다는 전자유통 도소매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된 것처럼 전자전문 도소매업체들의 경쟁력은 앞으로 갈수록 약해질 것이다. 국세청의 신용카드사용 의무화가 갈수록 가속화되면서 무자료거래가 힘들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도매 대리점들의 경쟁력은 더 약화될 것이다. 소매 대리점들은 할인점과 전문점에 대응해 집단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용산 전자단지를 비롯해 테크노마트·대전둔산전자타운·광구 금호전자월드 등 기존 집단 전자상가 외에앞으로도 집단 상가가 설립돼야 한다.
수백내지 수천개의 점포가 입점해 대형화 집적단지를 만들면 고객집객 효과가 어느 정도는 나타날 수 있다. 기존의 집단상가들이 자체 물류창고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또한 체계적인 사업운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있었는데 앞으로의 집적상가들은 이러한 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개별업체들이 자금을 모아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마진율이 상당히 낮은 전자유통업계에 대형자본이 들어오기도 쉽지 않다. 다행히도 정부에서 상점가단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정부법안에 반영하려고 현재 추진중이다. 개정안이 조만간 나와서 올 9월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전자상점가에 대한 자금지원책이 법적으로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여 전자 집단상가의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인터넷 발전을 통한 온라인 비즈니스가 전자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질 것이다.
물론 온라인 비즈니스만으로 수익을 남기는 업체는 현재 없고 앞으로도 수년 동안 나오기 힘들다. 이것은 온라인 비즈니스의 창시국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온라인 비즈니스는 앞으로도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제품의 직
접적인 판매보다는 새로운 전자제품에 대한 광고나 자사고객에 대한 온라인 서비스마케팅의 관점에서다. 거기에다가 정부에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국가정책적으로 장려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그러나 정부의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의 강도가 작년말부터 점점 줄어들었고, 그리고 작년에 지원되었던 온라인 비즈니스를 통한 전자대리점 전국조직의 결성도 시들해졌다.
따라서 이러한 정부지원적인 온라인 비즈니스보다는 전자제품의 오프라인 광고비나 고객관리비를 줄이고 온라인으로 고객에 대한 일대일 광고와 서비스를 한다고 간주하면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만약 온라인 전자유통업체가 많은 물류비용의 문제를 해결해 낼 수만 있다면(야간배송, 제3자물류, 공동물류 등의 활용으로) 온라인 비즈니스 자체로서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 길은 있다.
넷째,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앞으로의 전자유통은 빠르게 정보기술과 접목될 것이다.
현재 고객관리의 효율화를 모색하는 고객관계관리(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도 활용될 여지가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개인형 전자유통업체가 도입하기는 힘들겠지만 체인형 전자유통업체나 메이커가 하위 유통점을 위해 최종 소비자 고객관리를 하는 방식은 가능할 것이다.
CRM은 지난해와 올해에 유통업체의 주요 화두로서 떠오르면서, 금년 후반기부터는 전자유통업에도 도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더 중요한 것은 공급망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의 전자유통업에의 과감한 도입이다. 공급망관리는 메이커의 협력업체로부터 메이커, 도매대리점, 소매대리점을 연계하거나 메이커와 할인점 또는 메이커와 전문점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될 수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처럼 기업체내의 각종 정보의 효율화를 모색하던 기존 기법을 넘어서서 관계되는 기업체를 하나의 연결선으로 이어서 관련업체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재고비용과 수송비용의 최소화를 도모, 공급망 전체의 효율화를 모색하는 공급망관리시스템이 전자 유통업계에도 도입이 필수적이다.
마진율이 너무 낮아 어느 특정업체의 노력만 가지고서 전자유통업에서 수익을
남기기는 앞으로 힘들다. 자사와 거래하는 업체들(그것이 원재료 공급업체이든 도소매업체이든 간에)과 여러 가지의 효율적인 방식들(bullwhip effect minimization, cross-docking, information centralization, safety stock control 등)을 활용하여서 공급망 전체의 효율을 극대화해 수익을 남기고 이를 관련업체들이 균등하게 배분하는 방식이 개발돼야 한다.
규격공산품인 전자제품의 생산합리화가 지난 세기에 어느 정도 둔화되었고 금세기에는 유통합리화도 둔화될 것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전자 유통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 해답은 표준화와 정보화다. 체인형 점포의 확대를 통한 표준화를 모색하면서 타업체보다 먼저 최첨단 정보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표준점포모형(Store Prototype)을 만들어서 모든 점포의 개점과 운영비용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있는 정보화(Web Pos-based Supply Chain Management)를 통해 수발주 비용과 재고관리 비용의 최소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길은 있으나 누구나 경쟁력있는 길을 걷지는 못한다. 그 길을 남보다 빨리 걷는 업체만이 승리의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