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유통의 최대 상권인 수도권에는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 굵직한 전자종합상가가 많다.
수도권 전체에 걸쳐 50여개 하이마트와 10여개 전자랜드21 등 전자양판점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LG, 삼성전자의 직영점인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 그리고 유명 가전업체 대리점이 곳곳에 포진해 수도권내 지역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내 전자전문 종합상가만 줄잡아 20여개. 대표적인 용산과 테크노마트 외에도 국제전자센터, 일이삼전자타운을 비롯, 구로·영등포 지역과 경기도 부천 등지에 중소 전자전문 유통상가가 소규모로 형성돼 있다.
국내 가전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는 대형 가전업체의 대리점도 수도권에 절반가량이 집중돼 있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2000여개에 이르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가전대리점 중 1000여개가 서울을 비롯, 가까운 성남부터 의정부까지 경기도 각 지역에 흩어져 있고 전국에 걸쳐 2400여개가 있는 삼성C&C 등 PC 및 통신기기 대리점 역시 수도권에 대거 몰려있는 상황이다.
또 분당, 일산 등 신도시와 서울내 가양동, 고척동, 상계동 등 대단위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이마트를 비롯한 할인점 60여곳이 성업중이다.
이에따라 올해 7조∼8조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가전유통시장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인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 상권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집단 전자상가와 백화점, 전자대리점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가전판매가 신유통망으로 불리는 양판점과 할인점의 등장으로 지역중심의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테크노마트처럼 신세대를 겨냥한 복합 엔터테인 전자전문 상가는 불황 속에서도 여전히 고객과 매출이 꾸준하지만 용산을 포함한 국제전자센터, 일이삼전자타운 등은 양판점과 할인점의 공격적인 점포 확장에 가격경쟁에서도 밀리며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몇년새 대리점은 급격히 쇠퇴했다. LG, 삼성의 수도권 대리점은 3년새 절반가까이 정리됐고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양판점과 할인점의 성장이라는 분석이다.
1차로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종합 양판점이 지역 소상권에서 가전대리점을 밀어냈고 이어 등장한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이 더 넓은 지역까지 포괄하면서 대리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할인점과 양판점으로 인해 수도권 상권은 용산 등 집단전자상가 중심에서 서서히 지역 중심의 상권으로 이동하며 힘이 분배되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서울의 강서, 목동 등에 신흥 상권이 형성되고 있으며 분당, 일산 등에는 이미 대규모 전자상권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수도권내 신흥 상권의 특징은 기존 대형 전자상가나 대리점이 배제된 상태에서 할인점과 양판점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집단 전자상가만을 놓고 볼 때는 지리적 중심부인 용산에 용산전자상가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동쪽에 테크노마트, 남쪽에 국제전자센터, 서쪽으로 일이삼전자타운이 포진하고 있다.
그러나 양판점과 할인점, 기존 백화점 및 대리점을 중심으로 볼 때는 테크노마트를 주축으로 한 강동상권과 할인점들이 집중적으로 출점하고 있는 신흥 강서상권, 백화점세가 여전히 강한 강남상권, 중계동과 상계동을 중심으로 한 강북상권 등으로 새롭게 구분할 수 있다.
동쪽의 강동구와 송파, 광진구를 포괄하는 강동상권은 테크노마트, 하이마트 길동점과 암사점, 이마트 성수점과 천호점, 현대백화점 천호점, 롯데 잠실점 및 롯데마그넷 등이 어우러진 가운데 동북쪽으로 구리시가 연결돼 LG백화점 구리점과 하이마트 구리점까지 포괄하고 있다.
강동상권은 기존 롯데를 비롯, 오랫동안 터를 닦아온 백화점들의 상권 장악력이 높은 가운데 테크노마트와 이마트 등이 세를 넓혀나가는 모습이다.
특히 테크노마트는 강동지역은 물론 서울상권 전체를 대상으로 판매활동을 벌이며 새로운 전자상가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등포에서 목동을 잇는 강서상권은 새로 들어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많아 새로 출점한 업체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지역주민의 소득수준이 강남 및 강동상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할인점 및 양판점의 세가 강한 편이다.
실제로 강서상권 중심에 있는 이마트 가양점의 경우 이마트 전체 점포 중 매출 1위를 자랑하며 가전매출도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서상권에는 이마트가 구로·신월점까지 3개 점포를 운영중이며 까르푸 등 10여개 할인점이 성업중이다.
하이마트도 강서·구로·금천구를 연결해 5개 점포가 들어서 있으며 백화점 3사도 영등포 지역에 밀집돼 있다.
국철 1호선과 지하철2, 5호선 이용자까지 포함해 500만명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이 지역 상권은 기존 백화점과 할인점세에 새롭게 까르푸, 홈플러스, 마그넷 등 내로라하는 대형 할인점이 가세해 접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특히 목동지역은 까르푸 목동점에 이어 현대백화점이 올해 말 오픈하고 공사중인 목동플라자까지 개점하면 새로운 광역 쇼핑상권으로 탄생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롯데, 신세계 등이 백화점이 밀집한 가운데 올해말 삼성 홈플러스와 롯데 마그넷이 합류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경쟁구도를 예상케 하는 영등포와 이마트, 까르푸, 그랜드마트, 하이마트가 5분 거리에 모여 상권내 또다른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가양도 주목할 만하다.
북쪽으로 상계동과 중계동을 중심으로 한 강북상권은 하이마트 수유·미아·삼양점과 이마트 창동점, 까르푸 중계점 등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세가 강한 가운데 국제전자센터가 포함돼 있는 강남상권이 있다.
강남상권의 경우 양판점과 할인점의 급성장에 따른 전반적인 수도권 상권변화와 달리 백화점세가 유난히 강하며 고급 백화점의 출점이 계속 이어져 백화점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로 범위를 확대하면 최근 가전유통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분당상권과 일산, 새로운 거대 상권으로 떠오르며 할인점 등 유통업체의 집중적인 출점이 이어지고 있는 수원·안양상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업체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분당상권을 꼽는데 거주 인구밀도가 높아 업체가 가깝기 위치해 있어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소비자들은 가격이 싼 곳, 서비스가 더 좋은 곳을 찾게 되면서 근거리 쇼핑이 20분 이상 걸려도 원하는 곳까지 가는 장거리 쇼핑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인근 성남에서도 분당으로 쇼핑하러 오는 인구가 적지 않아 성남까지 포괄하는 거대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분당상권은 소득수준이 강남과 비슷하면서 합리적인 구매패턴이 강하게 나타나 강남상권처럼 백화점세가 강하고 새로 등장한 할인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수도권 전역에 골고루 분포하며 소규모 지역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대리점들이 할인점과 양판점에 밀려 점차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분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산 신도시의 경우 반경 500m내 이마트, 롯데마그넷, 킴스클럽, 까르푸, 그랜드마트 등이 밀집해 있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월마트와 하이마트가 포진해 있는 상태다.
분당과 마찬가지로 대형 할인점이 빼곡이 들어차 삼성, LG 등 가전업체의 대리점은 찾아볼 수 없다.
할인점에서 취급하지 않거나 구입하기 어려운 이동통신단말기, 컴퓨터, 프린터 등 사무용기기를 취급하는 대리점만 눈에 띌 뿐이다.
수원 안양상권은 과천을 거쳐 사당 및 강남으로 이어지는 교통루트를 따라 최근 거주인구 및 유동인구가 급증하는 곳이다.
이미 홈플러스가 2곳, 하이마트의 경우 10여곳이 출점해 있다.
◆수도권 상권 전망
대부분의 유통시장과 마찬가지로 가전유통시장에서 수도권 상권이 갖는 의미는 크다.
거주인구는 물론 유동인구가 어느 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수도권 상권 장악은 곧 전체 상권 주도와 직결된다.
기존 대리점 유통망과 집단 전자상가 및 백화점 중심의 상권이 양판점 및 할인점의 급성장으로 그 중심축이 흔들리면서 수도권은 그 어느 때보다 상권경쟁이 치열하고 변화가 심하다.
신흥세력인 양판점, 할인점이 거주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집중적인 출점전략을 세웠고 백화점 등 기존 유통업체 역시 신규 수도권 출점전략을 세우며 수성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내년까지 수도권에만 추가로 6개 대형 점포를 출점해 서울에서만 15개 점포를 운영, 서울 상권을 장악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따라 수도권 상권은 양판점과 할인점의 공격적인 출점에 따라 지역에 기반을 둔 신흥상권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대리점 역시 점포 대형화 및 제품 차별화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어 지역단위의 상권이 수도권 전역에 골고루 분포되는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