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애니메이션 등 주요 영상물들이 제작완료 이전에 거래되는 이른바 ‘사전 영상물 판권 거래’가 보편화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프로테이프 및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크랭크인 이전이나 견본작만을 보고 작품을 사고파는 거래를 크게 선호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에서는 아예 배우 캐스팅 이전이나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 작품을 거래하고 있다.
특히 영상물 제작비가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사업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업계의 사전영상물 판권거래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어떤 작품들이 있나=일반적으로 이같은 관행은 제작비가 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다.
필름앤웍스양철집은 올 연말 완료를 목표로 제작중인 극장용 애니메이션 ‘원더플데이즈’ 판권을 최근 일본 A사에 판매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영화·비디오·DVD 등을 포함한 전권 판매계약이며 규모가 미니멈 25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7월 미국 내 방영될 시네픽스의 TV애니메이션 ‘큐빅스’도 이미 지난해 말에 미 워너브러더스에 TV방영권이 판매됐으며 코코의 ‘가우스토리’, 선우의 ‘스페이스 힙합덕’, 서울애니메이션의 ‘하얀마음백구 2탄’ 등 창작애니메이션도 사전거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최근 제작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영화에서도 도입이 늘고 있다.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한 필름시장에 참가해 가칭 ‘fear.com’이라는 공포물을 시나리오 단계에서 전권 구매했다. 이 회사는 이 작품의 주연배우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헌티드 힐’ 감독의 윌리암 말로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큰 구매력을 갖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유=우선 제작자 입장에선 사업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수십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한 작품 성공여부에 따라 기업의 경영실적이 좌우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사전판매로 자금유치를 꾀함으로써 위험요소를 분산시킬 수 있다.
판권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도 저렴하게 양질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흥행성이 판명된 완성 작품의 경우 판권가격이 이미 천문학적으로 치솟기 때문에 작품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망=이같은 추세는 갈수록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애니메이션 등 모든 영상물이 대작화하면서 제작비가 날로 늘어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아프마, 프랑스 칸 등 세계적인 필름시장에서는 이미 완성작 못지 않게 배우 캐스팅이나 시나리오 단계에서 작품거래가 보편화되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성호철기자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