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재조명](5)IT는 21세기 한국경제의 `중심축`

 정보통신부가 IT산업을 앞세워 IMF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정책을 수립·추진한 것은 한국경제의 전략 핵심산업 추가 IT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고 21세기에도 승부는 IT에서 갈린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정통부의 IT정책 드라이브 이면에는 한국경제의 재벌 의존도를 줄이고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경제력 분산과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김대중 정권의 경제 철학이 깔려 있었다. 한국경제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이 정책 기조는 적시타였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과제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기도 한다.

 일단 IT산업과 관련된 각종 통계지표가 이를 입증해 준다. IMF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98년 국내 IT산업 총생산액은 88조1000억원이었다. 99년에는 115조원으로 무려 30.5%가 늘었고 이듬해인 2000년에는 141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중 IT산업의 부가가치는 98년 41조4000억원에서 99년 54조1000억원으로 증가하더니 2000년에는 66조6000억원까지 올라갔다. 덕분에 한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8년 9.3%, 99년 11.2%, 2000년 12.9%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98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생산액 증가율이 23.4%, 부가가치 성장률은 19.4%로 밝혀졌다.

 수출부문만을 따로 떼어내 집계한 수치를 보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98년 IT수출은 305억달러였다. 99년에는 400억달러로 신장돼 31.1%라는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는 2000년에도 이어져 512억달러, 2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덕분에 한국 수출산업의 축이 IT로 이전, 98년 23.1%였던 것이 이듬해에는 27.8%로, 2000년에는 30.4%가 됐다.

 98년부터 2000년까지의 통계가 의미를 갖는 것은 이 기간이 IMF위기와 이를 탈출하는 시기였다는 점이다. 수치가 말해주듯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쳤던 98년과 99년에도 IT산업만이 견실한 성장세를 시현하면서 난파 직전의 한국경제를 구해낸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자연히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무게중심이 IT로 이동했고 이는

신경제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노하우의 축적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산업구조 개편은 업체수와 고용부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1만1212개로 IT업체수가 처음으로 1만개를 넘어서더니 99년 1만3365개를 거쳐 2000년에는 1만6774개까지 왔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도 98년 102만명에서 2000년에는 126만명으로 늘어났다.

 통계가 산업구조의 변화와 IMF의 극복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목할 것은 고용문제다. 이 기간 중 IT산업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어느정도 확보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전통산업 의존도가 높을수록 고용문제는 최대의 정치·경제 현안이었다. 전통산업의 경우 경기후퇴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 실업자가 급증하고 이들은 재취업의 기회가 거의 봉쇄된 채 사회적 부담으로 남았다.

 그러나 IT산업은 고용을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 특성을 갖고 있다. 단순히 취업기회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회 각 분야의 실업자군 내지는 유휴 노동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선 어느 누구라도 간단히 창업할 수 있어 심지어 아이디어만 있으면 PC 한대만 갖춘 채 집에서도 기업을 운용할 수 있다. 흔히 ‘소호’라고 불리는 직종이다.

 IT산업의 또다른 강점은 기존 업체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곧바로 경제력을 상실하지 않고 새로운 기업을 창출해내 고용을 연속화한다는 것이다. 98년부터 2000년까지 벤처붐이 일면서 고급 노동력이 이곳에 몰려 들었고 또 많은 인력은 퇴출당했다. 하지만 이들은 IT벤처에서 근무경험을 자산삼아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아예 창업에 나섰다. 노동시장이 전통산업에 비해 훨씬 유연해졌다.

 실제로 지난 2∼3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탓인지 IT산업체수는 올해말까지 2만8146개(등록업체 기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IT호황시절보다 오히려 기업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IT산업이 도입기를 거쳐 착근기를 맞이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생산액은 161조원으로 예상된다. 98년 이후 연평균 23.4%의 증가율은 보이던 것과 달리 13.9%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GDP내 비중도 2000년 수준인 12.9%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고 수출 역시 580억달러로 신장되긴 하지만 그 폭은 13.7%로 전년 대비 23%의 성장세를 나타냈던 2000년에 비해 떨어진다.

 물론 이같은 수치가 한국 IT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IT를 이끌어 왔던 미국경제의 위축에 따른 연쇄 파급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중심의 산업구조는 되돌릴 수 없는 형편이다.

 IT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특히 무역수지는 99년 134억달러 흑자에서 2000년 157억달러, 올해는 160억달러로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무역수지 흑자 목표액도 99년 39억달러를 초과달성했고 올해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60억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는 IT산업의 흔들림없는 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IT산업의 재도약은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서비스업의 수출역량 확보라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이동전화단말기·PC 등 수출 효자품목이 이미 전세계적인 무한경쟁체제에 노출돼 원가절감, 신제품 개발, 브랜드 마케팅 능력 배양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을 비롯, 한국이 세계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신제품의 수출전략 상품화에도 적극 나서 IT산업 내부에서도 수출품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지난 수년간 인터넷 및 이동통신 부문을 중심으로 확보한 서비스업 노하우의 수출도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이것이야 말로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수출이라는 점에서 IT산업의 한단계 도약을 약속하는 것이고 진정한 IT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설명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