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업계의 신사.’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국민창투 이순원 팀장(44)을 일컫는 말이다. 정석투자와 사후관리 등 모든 면에서 투자를 위한 투자가 아닌 기업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이 팀장의 14년 벤처캐피털리스트 이력이 만들어낸 별칭이다.
이 팀장은 지난 88년 한림창투의 설립멤버로 벤처캐피털업계에 입문한 1세대 벤처캐피털리스트다. 지난 81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산업은행과 한국기업평가를 거치며 투자금융분야의 성장가능성을 간파, 선택한 길이다.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 갔던 탓인지 이 팀장은 지난 91년 3년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생활을 접고 KTB컨설팅에서 벤처투자업무가 아닌 컨설팅업무에 종사했다. 이후 5년간의 외도를 마치고 지난 95년 이 팀장은 장은창투(현 국민창투)에 입사하며 벤처캐피털업계에 복귀했다.
이 팀장의 본격적인 트랙레코드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디지틀조선이다. 1주(액면가 5000원)당 2만원에 20억원을 투자했던 이 회사의 주가가 최고 30만원까지 상승했다. 당시 평가익으로 3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지만 실질적으로 회수한 자금은 40억원 정도다. 40% 정도만 회수하고 나머지는 아직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의 투자관행을 읽을 수 있는 측면이다.
이 팀장은 한번 투자한 기업과의 관계를 기업이 자리잡기 이전까지는 계속적으로 끌고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높은 수익만을 위한 투자가 아닌 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디지틀조선뿐만이 아니다. 지난 99년 주당 1만원(액면가 5000원)에 8억원을 투자했던 나이스정보통신의 경우도 한때 주가가 12만원에 달했으나 예상했던 투자수익만큼만 처분한 뒤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또 동진쎄미켐·우리기술 등 코스닥에 등록된 4개 기업의 주식도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다.
“반드시 가장 비싼 가격에 팔고 나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투자만큼이나 투자회수도 그 기업에 가장 적당한 시점이 있는 것입니다. 이 시점을 맞추는 것도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임무 중 하나입니다.” 이 팀장이 말하는 투자기업과의 진정한 파트너십이다.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이 팀장이 투자기업을 판단하는 가장 큰 잣대는 사람이다.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산업의 흐름속에서 변하지 않는 파트너십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사람보다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