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너희가 經·營을 아느냐

 세종·충무공·다산의 메시지-“너희가 經·營을 아느냐”

 정광수·이병노 외 지음, 국민벤처 펴냄

 

 지난해 ‘벤처 거품론’과 함께 불거져 나온 것이 바로 ‘벤처기업인들의 도덕성’문제였다. 비록 일부라고 하기엔 너무도 많은 벤처기업인들의 모럴해저드가 그 자신은 물론 벤처기업인 모두에게 씻기 어려운 오명을 안겨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도덕성 문제에 대해 사회의 비난은 거세게 일었지만 정작 근본 원인에 대한 언급과 분석, 대안제시는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즉, 모든 문제의 출발이 국가사회 전반에 걸친 ‘경(經: 정신, 원칙)문화 낙후’에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진지한 대안 모색이 없었다는 얘기다.

 ‘세종·충무공·다산의 메시지…’는 바로 기본과 원칙, 도덕이 무너진 우리 사회에 기본과 원칙은 과연 무엇이고 무너진 ‘경문화’ 회복을 위해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실천해 나가야 하는지를 잘 제시하고 있다.

 벤처인큐베이팅업체 국민벤처(대표 이동규)가 ‘한국형 벤처 경영철학 및 한국형 자본주의 정신의 정립’이란 모토로 펴낸 이 책은 현재 우리사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모럴해저드의 근본 원인과 이에 대한 대안 모색을 제안하고 이른바 ‘한국병’ 치유를 위한 1차과제가 우리의 정체성 회복에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산업화 과정을 거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지만 공동체 사회의 근간인 정신적인 가치기준과 ‘철학’을 등한시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따라 “물질은 풍요하나 정신은 빈곤하며, 사회는 좌표를 잃은 채 방황하게 됐다”고 책은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맹목적인 서양학문 추구 풍토로 빚어진 전통과의 단절상과 그로 인한 우리사회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한국학과 동양학의 범주에서 우리의 경문화를 새롭게 정립하여 21세기 도전과 창조의 벤처기업 문화에 접목하는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을 두고 있다.

 ‘너희가…’라는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의 키워드는 시종 ‘경영’과 ‘동도서기(東道西器)’다. 저자들은 “‘경영’이라는 말은 동양 전통의 개념으로서 수신경영·제가경영·치국경영·평천하경영 등으로 사용된 용어로 경영이란 ‘경(경전의 메시지, 철학, 기본, 원칙 등)을 자기철학으로 삼아 영(실천, 운영)한다’는 뜻이며 이같은 개념이 서양에서 수입한 기법중심의 학문인 ‘매니지먼트(management)’로 번역되면서 우리 고유의 정체성과 경영철학이 실종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동도서기(東道:국혼·국체·전통, 西器:서양의 매니지먼트·과학기술·제도)는 구한말 광무개혁 때 조선이 내건 세계화 이론인데 이것이 일제의 ‘화혼서용’ 정책에 꺾여 실종된 것으로 생각해 왔으나 실상은 20세기 들어서면서 인촌 김성수(경방), 연암 구인회(LG), 수당 김연수(삼양사), 호암 이병철(삼성), 아산 정주영(현대) 등 서당출신 기업인 창업자들에 의해 이어졌으며, ‘경영’과 ‘동도서기’는 바로 우리의 정체성을 밝혀주는 열쇠”라고 설명한다.

 한국형 벤처 경영철학 정립을 위해 이 책은 우선 조선왕조형 한국학의 틀을 정립하고 찬란한 수성기적 문물제도를 창조한 세종대왕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충무공 이순신, 다산 정약용 등 조선시대 성인들의 한국형 경영사상도 조명했다. 이를 통해 이들 성인의 전통 경영사상을 계승, 20세기 한국 산업사회를 이끌어온 기업인 창업주들의 경영철학을 정리해 21세기형을 제시하고 있다.

 서양에서 수입한 기존의 경영학이 기법을 통한 조직의 운영이었다면 이제는 올바른 철학이 바탕이 되는 심법(心法)적인 경영철학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경영, 국가·정치·행정·경제·교육·문화 경영 등 국가 차원에서 참의미의 경영학의 틀을 세우고 ‘동도서기’라는 한국식 세계화이론을 새롭게 정립해서 21세기 세계화시대에 대비하자는 의미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