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28>
“정치에도 돈은 힘일세. 자네는 충분히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지. 그렇다고 돈만이 전부는 아니지. 그것을 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덕목이 있다면, 바로 리더십을 지닌다고 보아야겠지. 자네가 정치 자금을 지원한 후보자 가운데 열여섯 명이 의원이 되었네. 그들은 자네의 지원을 결코 잊지 못할 걸세.”
“그들이 저를 밀어 회장으로 추대했습니다.”
“그건 좋아. 그런데 한 가지 충고하지. 정치판에서 조심할 것이 몇 가지 있지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말조심이네. 말이 곧 정치이지. 입이 싼 사람은 구설수에 올라. 항상 말을 아끼게.”
그때까지도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나는 감을 잡지 못했다. 초선 의원 모임에서 했던 인사말이 구설수에 오르기는 했지만, 명예총재 김성길이 신경을 쓰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공인은 사석에서 하는 말도 바로 정책이며 공적인 발언이 되는 것일세. 구설수에 오르지 않으려면 항상 말조심하게. 잘못하면 그 말 때문에 자신이 치여서 불구가 되는 경우도 있지.”
“무슨 말씀입니까?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그때 나는 초선 의원 모임에서 인사말을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확인하기 위해 다시 물었다.
“기존 의원들이 모두 구태의연해서 새 바람을 넣자는 발언 같은 것은 함부로 하면 안되네. 그것은 기성 의원 모두를 도매금으로 싸서 몰아붙인 것이 되기 때문이지. 모든 기성 의원들이 부패하다는 식이 되거든.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기성 의원들도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야.”
“아, 그거 말씀입니까? 이제 시작하는 초선 의원들은 그래도 정치적인 오물 속에 담겨져 있지 않은 상태니까 덜 부패해 있고, 그런 우리가 새 바람을 넣자는 것이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러나 틀린 말을 했다고 시비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지. 자네는 이제 의정활동을 시작하면서 왜 처음부터 적을 많이 만들어 놓으려고 하지?”
“그렇게 하면 적이 생깁니까?”
“쓸데없는 적들이 생기네. 우리 당 의원들은 그래도 동지 입장에서 아무 말이 없지만, 다른 당 사람들은 자네가 건방지다고 한 마디씩 하네. 내 귀에까지 들려올 정도로. 싸가지가 없다느니, 건방지다고 하면서 경계하게 되면 그것은 정치 환경을 악화시키는 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