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가 지난 99년 국무조정실이 손을 댔다 포기한 전국 교통카드 표준화작업을 최근 모든 사업자들의 교통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공통모듈을 사용하는 표준SAM 방식으로 재추진하자 업계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또다시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교통카드 표준화는 당사자인 운송사업자단체와 지방자치단체, 교통카드시스템 운영업체들은 물론 교통카드와의 접목을 통해 시장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전자화폐업계, IC카드·단말기 등 시스템 공급업체들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5월 3일자 13면 참조
24일 관계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정통부는 최근 교통카드의 호환성 확보와 사용의 편의성,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사업자의 암호키를 각각의 모듈로 모두 담는 통합SAM방식에 비해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한 별도 표준SAM방식으로 표준화 가닥을 잡고 다음달부터 공모나 전문가 위원회 구성을 통해 표준시안을 마련키로 했다.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통부 서광현 과장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별도 표준SAM을 채택키로 했다”면서 “투명하고 심도있는 협의절차를 통해 표준안을 마련한 뒤 연내 정통부 기술기준으로 지정해 내년부터 보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부산 등 지자체와 운송사업자단체, 인텍크산업·C&C엔터프라이즈·한국정보통신 등 기존 시스템 운영업체, A캐시·마이비·몬덱스·비자캐시 등 전자화폐 전문업체들은 이미 서로 다른 규격이 널리 보급돼 있는 교통카드를 인위적으로 표준화하는 것은 어렵고 특히 정통부가 별도 표준SAM방식으로 K캐시를 기본 사양으로 채택, 시장구조를 크게 왜곡시킬 수 있다며 극렬 반발하고 있다.
한 전자화폐업체 관계자는 “전자화폐의 킬러앱을 교통카드로 보고 교통카드 운영사들과 제휴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통부가 교통카드 표준화를 들고 나와 일이 지연되고 있다”며 교통카드 표준화가 전자화폐업계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K캐시를 편들고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만간 공모나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표준시안 마련에 공정성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당초 내달로 잡았던 교통카드 표준화 공청회를 일단 보류하고 업계나 외부 전문가그룹으로부터 의견을 수렴중이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사업자간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은 사안이어서 정통부의 이번 시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99년에도 국무조정실이 지방마다 서로 다른 규격을 채용하고 있는 교통카드의 전국 통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일 규격으로 표준화하려 했으나 표준화를 했을 경우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지방 교통카드 운영사업자들간의 조율실패로 무산됐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