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시장, ST마이크로 변수부상.

 주요 그래픽카드업체들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지난해 말 선보인 그래픽칩세트인 카이로Ⅰ, II를 채택한 제품을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출시하기로 함에 따라 그간 미 엔비디아사가 독점하다시피했던 그래픽칩세트 시장에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슈퍼마이크로시스템은 다음달 카이로를 장착한 그래픽카드를 선보일 계획이며 시그마컴·인사이드텔넷컴·제이스텍 등도 현재 채택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는 어떤 제품인가=카이로Ⅰ 및 카이로Ⅱ는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지난해 선보인 3D 그래픽칩세트로 카이로Ⅰ은 엔비디아의 지포스2 MX 200에, 카이로 II는 지포스2 MX 400에 대응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기존 NEC의 그래픽카드나 세가의 게임기인 드림캐스트에 쓰였던 파워 VR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특히 복잡한 3D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빠르고 값비싼 메모리를 채택, 메모리 대역폭을 늘리는 대신 화면을 일정 단위로 분리한 후 필요한 데이터만 골라서 처리해 주는 ‘타일기반렌더링(TBR)’ 기술을 적용, 기존 그래픽칩세트에 비해 필요한 메모리 대역폭을 3분의 1 이하로 낮추고 가격 역시 저렴하다는 게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측의 설명이다. 대만이나 유럽 등에서는 카이로를 채택한 그래픽카드 제품이 이미 출시된 상태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올 연말에는 카이로Ⅱ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내년초에는 신형 그래픽칩세트인 카이로Ⅲ를 내놓을 예정이며 현재 지사를 통해 각 그래픽카드업체들과 대형 PC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왜 카이로에 주목하는가=ATI, 매트록스 등 다양한 그래픽칩세트가 시장에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제품은 성능이나 가격면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ATI나 매트록스의 그래픽칩세트 가격이 비싸 대부분 보급형 그래픽카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이 엔비디아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카이로는 성능이나 가격 측면에서 엔비디아와 대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어 그래픽카드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카이로가 엔비디아 제품과 대등하다면 그래픽카드업체들로선 공급선 다변화나 제품 다양화를 위해 카이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카이로를 테스트해본 그래픽카드업체들은 성능이나 가격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나 메인보드 호환성, 드라이버 지원이 아직 부족한 상태이긴 하지만 현재 스펙대로라면 엔비디아 시장을 상당 정도 잠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