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완의 애니월드>(8) 만화 ’리니지’와 게임 ’리지니’

최근 일본여행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 ‘캔디 캔디’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만화가 이가라시 유미코를 만났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의 작업실까지 방문하게 됐다. 아직도 소녀처럼 고운 미소를 간직하고 있는 50대 후반의 그는 소담한 작업실 곳곳을 구경시켜 줬다. 또 손때가 묻은 캔디의 원고를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캔디박물관까지 설립된 자신의 대표작 ‘캔디 캔디’의 시나리오 작가가 저작권에 대해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 그 시나리오 작가는 오랜 세월 묻어두고 지내온 수익의 일부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캔디라는 작품은 다른 일본만화처럼 만화 시나리오 작가와 만화가가 철저하게 구분돼 있다. 만화가인 이가라시 유미코는 만화 시나리오가 설정된 작품에 캔디라는 캐릭터를 그려냈고 이제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만화 ‘리니지’와 게임 ‘리니지’에 대한 저작권 소송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신일숙 원작의 만화 리니지는 순정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팬터지 순정만화다. 게임 리지니는 만화가 신일숙씨와 원작 계약을 해 엔씨소프트사가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에 성공한 국내 1위의 게임 상품이다.

 사실 리니지 외에도 온라인 게임으로 성공한 원작들은 많다. 김진의 ‘바람의 나라’, 황미나의 ‘레드문’, 이현세의 ‘아마게돈’ 등은 만화 원작을 기본 시나리오로 해 성공을 거둔 온라인 게임이다.

 만화 시나리오의 힘을 보여주는 단면인데 이 상품들이 온라인 게임으로 성공하면서 기대하지 못한 시너지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회원이 접속해서 며칠 동안 게임을 즐기는 사이버 게임 환경이 국내 게임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와 연계된 부가산업의 잠재성 또한 높게 평가되고 있다. 바로 이런 상업적 가능성이 저작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생한 저작권 소송은 출판만화와 게임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례라고 느껴진다. 게임 리니지의 성공은 기존 만화 리니지가 보여주던 출판만화의 성공에 일정부분 기반한다. 그러나 이후 만화 독자보다 더욱 확장된 게임 리니지의 마니아들로 인해 원작의 스타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국내 게임 개발의 성공사례를 통해 국내외 자본의 게임산업 유입을 선도하고 있다.

 출판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산업 및 캐릭터 비즈니스가 철저하게 연계돼 있는 국내현실에서는 모든 분야의 원활한 협력이 전체 시장 규모를 극대화하고 또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최선의 모델이다. 출판만화와 게임이 저작권 분쟁 속에 휘말려 들어가면 더이상 국내의 만화 원작과 게임 상품이 만나는 비즈니스의 접점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만화 리니지와 게임 리지니의 디자인된 캐릭터는 다르다. 물론 출판만화가 지니고 있는 리니지라는 이름의 스토리라인과 저작권은 보호돼야 한다. 양측의 이해와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이상의 분쟁은 서로의 상품 가능성을 축소시키는 소모성 게임으로 보인다. 출판만화와 게임산업계의 책임있는 전문가들의 중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