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가 유닉스 서버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올랐다. IDC가 1·4분기 업체별 서버판매실적을 조사한 결과 한국HP는 지난해 수위를 지키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유닉스 서버시장 1위에 나섰다.
그동안 유닉스 서버시장은 경기호전과 닷컴기업의 수요증가로 크게 늘어난 시장을 놓고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비롯해 한국HP, 한국IBM 등 3사가 치열한 수위경쟁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해는 닷컴기업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수요증가에 힘입어 한국썬이 업계 1인자 자리를 확실하게 굳혔으며 전통의 강자인 한국HP는 한국IBM에 이어 3위로 내려앉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올해 1·4분기 실적을 종합해본 결과 한국HP는 4600만달러로 한국썬의 4200만달러와 한국IBM의 3600만달러를 제치고 업계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한국HP는 소폭이긴 하지만 4.2%라는 증가세를 보인 반면 한국썬은 44.3%, 한국IBM은 20.7%나 감소했다.
그렇다면 한국HP의 업계 1위 탈환의 배경은 뭔가.
한국HP 관계자는 이와 관련, “슈퍼돔과 V클래스 등 제조·공공분야의 매출증가가 큰 요인”이라며 “슈퍼돔은 특히 미국에 이어 한국이 주요 수요처로 부상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HP는 1·4분기에만 포스코·중외제약·관세청·삼성증권·삼성화재 등에 11대의 슈퍼돔을 판매했으며 일부 금융권과 제조분야의 업체에는 V클래스 등 대형 유닉스서버의 공급도 호조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한국썬의 부진이 한국HP로 하여금 정상에 오르도록 하는데 한 몫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썬은 지난해 3·4분기부터 판매부진 현상을 보이기 시작해 올해 1·4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4.3%나 감소했다. 한국썬의 관계자는 “무엇보다 경기부진, 특히 닷컴기업의 수요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더욱이 지난 4월 발표한 미드레인지급 ‘선 파이어’ 제품군을 구매하기 위해 1·4분기 동안 시스템 구입을 미뤘던 것도 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닉스서버시장에서 한국HP의 영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어 수위 자리를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HP는 지난 4월 이후 제조·금융·공공부문에서 10개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5월 말 현재 10여곳에서 공급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썬과 한국IBM의 도전이 만만치 않아 유닉스 서버시장을 둘러싼 이들 3사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