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하며 산업환경의 구조개편을 초래했던 기술들은 개개인의 삶 속에 녹아들어 새로운 생활양태를 창조해 냈다는 점에서 종국적으론 ‘시대혁명’의 단초가 됐다. 멀게는 증기기관에 의한 산업혁명에서 가까이는 디지털기술을 근간으로 한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지구촌 전역을 거미줄처럼 엮는 미래 네트워크 경제의 주역기술로 최근 무선인터넷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29일 본지가 주최한 e커머스클럽(회장 박주석) 제19차 간담회는 ‘모바일 커머스의 등장에 따른 신 고객 문화의 형성방향’을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만간 도래할 무선인터넷시대의 고객변화와 관련 산업의 밑그림을 그려보는 자리가 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네티즌에 이어 ‘호모 모빌리언스’ 세대가 주도할 무선전자상거래(일명 m커머스) 시대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전망이 제시됐다. 회장인 경희대 박주석 교수의 사회로 △연세대 김진우 교수가 ‘국내 모바일 인터넷 비즈니스의 현황과 추세’를 △SK신세기통신 임규관 상무, KTF 박인수 상무, LG텔레콤 노세용 상무가 각사의 ‘모바일 포털서비스 전략’을 △대신증권 문홍집 전무가 ‘모바일 파이낸스 및 주식거래의 미래’를 △마나스톤 김인철 대표가 ‘모바일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를 각각 상세히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의 주요 발표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편집자
-주제발표. 국내 모바일인터넷 비즈니스의 현황과 추세:연세대 김진우 교수
연세대 휴먼인터페이스 연구실(http://hci.yonsei.ac.kr)은 지난해말 2주간에 걸쳐 국내 모바일 인터넷사용자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1차 조사와 비교해 볼 때 이번 2차 조사에서는 몇가지 달라진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조사대상 응답자 가운데 성별로는 여성층의 이용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전반적인 이용실태를 볼 때, 이번 조사에서 하루평균 이용시간은 30분 미만이라는 응답이 무려 93%를 넘어섰다. 응답자 가운데 무선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특히 주목할 만한 답이 제출됐다.
응답자들은 무선인터넷에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요인으로 비싼 통화료와 매력을 끌만한 서비스가 아직은 없다는 데 비중을 뒀다. 지난 1차 조사때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열악한 단말기 인터페이스와 서비스에 대한 낮은 인지도는 이번 조사에서 중요도가 떨어졌다. 이제 무선인터넷은 인프라나 인식과 같은 환경적 요인보다 서비스 자체의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미사용자의 향후 사용의향을 묻는 조사에서도 1년이내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비중이 크게 낮아져 현재의 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관망적 자세가 뚜렷했다. 이와 함께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장소에 대해서는 집과 학교·공공장소라는 응답이 10% 이상 높은 비중을 차지해 의외로 ‘정적’인 장소에서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델로 제시한 256개 무선인터넷 사용정황 가운데 세가지 정황이 전체 이용건수의 25%, 14가지 정황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포괄적인 서비스보다는 집중적인 접근전략이 필요하다. 이처럼 호소력을 지닌 무선인터넷 정황은 △정신적으로 평온한 상태 △걷지 않는 상황 △한손만으로 단말기를 이용하는 상태 △주변의 시청각 환경이 거슬리지 않는 경우 △멀리 떨어진 곳과의 통신환경 △근접인들과 상호작용이 없는 상태 등이다. 예를 들어 잠자리에 들려 하는 상황이 무선인터넷에 보다 친밀한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월 1만원을 초과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지난 1차 조사에 비해 13%나 급락한 24.8%를 차지, 콘텐츠 ‘무료화’에 시달려온 유선 인터넷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통사들의 모바일포털서비스 사업전략:SK신세기통신 임규관 상무
하반기는 무선인터넷 상용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패킷기반의 cdma1x 서비스, 자바언어로 구현된 각종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기술적인 근간이다. 최근 들어 거의 모든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유료화 모델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는 곧 사업자 모두가 돈을 벌 수 있는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현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주로 소일거리 위주의 콘텐츠 중심이라면 앞으로는 실생활과 밀접한 커뮤니티·상거래 서비스로 보다 확대될 것이다.
m커머스는 그러나 종전 유선 전자상거래(EC)와는 판이한 이용양식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심도있는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향후 m커머스 환경에서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콘텐츠제공업체(CP)·이동통신사업자·금융기관·장비공급업체가 포괄적으로 엮어낸 강력한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m커머스의 조기활성화와 성공 가능성 확대를 위해서는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모든 사업자들의 ‘윈윈’ 제휴가 필수적이다.
LG텔레콤 노세용 상무
이동통신사업의 무게중심을 일찌기 데이터통신, 특히 m커머스로 옮겨간 LG텔레콤은 지난 99년 5월 m커머스의 기반인 ‘이지아이’ 서비스를 국내 첫 출시했다. 그후 세계 처음 자바기술을 PCS상에서 구현한 ‘자바스테이션’을 개발함으로써 LG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LG텔레콤의 m커머스 성공 가능성은 가입자 분포에서도 드러난다. 전체 가입자대비 무선인터넷 가입자 비중이 LG텔레콤은 54.5%로 KTF의 53.3%, SK텔레콤의 28.6%보다도 높다.
LG텔레콤의 m커머스는 현재 전자지불 및 인증시스템을 기반으로 크게 금융·정보·구매의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미 지난해 소액결제사업 및 ‘이지패스’ 결제서비스에 착수, 본격적인 시장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LG텔레콤은 오는 2002년까지 온오프라인 결제시장 점유율 30%대로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KTF 박인수 상무
국내 m커머스시장은 현재 태동기로 유선 환경에 비해 1% 미만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의 소액결제 겸업허가후 앞으로는 보다 공격적인 활성화가 기대된다.
KTF는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무선인터넷 브랜드‘매직N’을 매월 이용하는 고객수는 전체의 25% 수준인 200만명 이상에 달한다. 앞으로는 △이용자층 확대 △킬러서비스의 중심이동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 △멀티미디어서비스 주도 등 4대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용자층의 경우 전체 고객의 절반 수준으로 확대하고, 청소년층에서 보다 다양한 연령층으로 저변을 확산시킬 것이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서비스를 전자상거래 등으로 중심 이동시키고 광고·위치정보·빌링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멀티미디어서비스는 다수 콘텐츠제공업체(CP)들의 포괄적인 참여를 유도해 질적 수준을 높여갈 것이다.
-모바일 파이낸스 및 주식거래의 미래:대신증권 문홍집 전무
수년전 인터넷이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변모시키면서 탄생한 새로운 인간형 ‘네티즌’이 다시 무선과 결합하면서 ‘모티즌’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고객 중심의 금융서비스 모델, 나아가 라이프스타일까지도 핵심 영업기반인 금융산업에 있어 이같은 고객 행태변화는 현재 가장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닐 수 없다. m커머스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아직은 각종 티켓예매서비스나 서적·컴퓨터용품·음반·비디오·화장품 구매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주식거래의 성장성는 주목할 만하다. 초창기 Q스톡·스마트폰·에어포스트 등 데이터통신 단말기에서 현재의 왑폰, 그리고 미래의 PDA와 IMT2000으로 진화하면서 서비스 범위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PDA와 IMT2000 환경에서는 주식외에도 선물·옵션 거래를 지원함으로써 소위 모바일 트레이딩 비중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다.
금융·주식거래가 m커머스의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향후 사용자인터페이스 향상 및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 개인화, 스팸성 정보메일 최소화, 사용자의 효율적 지원, 통신비용 최소화 등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정보관리가 가능하고 다양한 정보연동을 지원하는 XML이 그 해결대안이 될 것이다.
-모바일 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마나스톤 김인철 사장
게임시장이 무선인터넷의 등장으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지만, 현재로선 크게 두가지 걸림돌이 시장활성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이용자들의 과다한 통신요금 부담과 콘텐츠제공업체(CP)들의 열악한 수익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통신요금의 경우 향후 무선인터넷 시장이 확대되면서 양적 성장에 힘입어 다소간의 하향조정이 예상된다. 다만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시장 조기활성화를 위해 지금처럼 한시적인 지원금 수준이 아니라 통신료 인하방안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CP들의 열악한 수익구조는 향후 무선인터넷산업의 악순환 고리로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다. 아직 미미한 시장상황에서 무선게임 전문업체들은 순수 CP사업만으로 수익을 보전하기 힘들고 이는 다시 양질의 게임콘텐츠 양산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실정을 무선인터넷 선진국인 일본과 비교하자면 단말기 개발속도는 다소 뒤지지만 자바·버추얼머신 등을 이용한 게임콘텐츠는 동등하거나 진척이 오히려 빠른 편이다. 막 발아기에 있는 국내 m커머스 시장에 조속히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요금인하 등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통신사업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리=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