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문화의 달>인터넷 생활과 문화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현실 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아니 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인 신천지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바로 사이버 세상이다. 이 사이버 세상으로 통하는 관문은 바로 인터넷이다.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인 인터넷은 21세기 산업 지도를 바꿀 만큼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문서를 주고받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상거래가 이뤄지고 주식이나 은행 업무까지 가능하다. 심지어 소식이 끊긴 옛 친구까지 찾을 수 있다. 인터넷이 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일부로 자리잡았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인터넷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일상 생활 구석구석에 인터넷이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며 깊숙이 파고드는 시대가 왔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것이 쇼핑 문화다. 사이버 쇼핑몰은 우리 생활을 뿌리부터 바꿔 놓았다. 인터넷 쇼핑몰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비교 쇼핑도 가능하다. 일반 매장의 경우 특정 상품의 가격 정보를 얻으려면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은 클릭 한 번으로 쇼핑몰간의 가격 비교와 풍부한 상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 개설된 인터넷 쇼핑몰만도 3000여개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한솔CS클럽·삼성몰·두루넷쇼핑·바이앤조이·인터파크는 이미 오프라인 못지않게 지명도를 얻고 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빅3’도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이버 교육 역시 높기만 한 교육 문턱을 낮추고 잘못된 교육 풍토를 바꿔 나가는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수업을 듣고 학점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평생 교육의 장을 열었다. 학교에 가야만 공부하는 기존 관념을 크게 바꿔 놓았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이버대학 시대가 열렸으며 정부와 학계, 산업계에서도 사이버 교육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인터넷 기반의 사이버 교육이 우리 교육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가정에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이버 교육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 역시 ‘인터넷 태풍’에서 예외일 수 없다. 사이버 시민권이라는 말이 공

공연히 나돌 정도로 네티즌의 파워가 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새로운 압력 단체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이다. 다가오는 대선이나 총선에서도 네티즌이 ‘표의 향배’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이 확실하다.

 또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맞는 분야는 역시 금융 인프라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은행 일을 보고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창구를 직접 찾는 것보다 금융거래 비용도 저렴할 뿐 아니라 이자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도 경쟁적으로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사용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국내 은행이 투자한 금액도 엄청나다.

 인터넷 뱅킹이 급성장하자 은행·증권·보험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금융 거래를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는 개인재무관리시스템(PFMS)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누구나 인터넷 상에 ‘사이버 재무비서’를 둘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이버 트레이딩이 자리를 잡으면서 주식을 사고 팔 때 증권사 점포를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사이버 주식거래를 하는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증권사 객장이 설 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용 단말기로 주식을 사고파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사이버 주식 거래 비중도 폭발적으로 늘어 대신증권·삼성증권·LG증권·현대증권·대우증권 등 5대 증권사를 기준으로 볼 때 그 비중이 지난해 1월 57.1%를 시작으로 11월에는 73.77%에 달했다.

 사이버 금융 인프라가 자리잡아 가면서 전자화폐 시장 역시 날개를 달았다. 전자화폐란 소형 칩이 내장된 IC카드에 일정한 금액을 디지털 형태로 저장해 둔 것이다. 이를 이용해 각종 물품이나 서비스 대금을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가정의 컴퓨터나 시내 곳곳에 설치된 전자 화폐 충전기를 통해 충전하면 된다. 전자화폐는 은행 등 각종 금융기관에 예치된 자신의 계좌에서 금액이 전자화폐로 이체되면서 충전할 수 있다. 전자화폐는 디지털 정보로 저장돼 있어 도난의 위험이 없고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이 청소년 문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비중이 높아가고 있다. 이미 올해 시장 규모가 지난해 200억원 대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해 2000억∼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사이버 레저 분야의 약진은 영상이나 음악 등 다른 분야에도 큰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과 영상, 음악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영화관을 찾고,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풍속이 이제 가정 내에서 모두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90년대 정보 기술 혁명의 핵심은 기업과 사회의 정보화였다. 그러나 최근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인터넷 혁명은 우리 생활과 문화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개념의 차이가 있다. 이제 인터넷은 있으면 편리한 충분 조건 수준에서 벗어나 인터넷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워지는 ‘필요충분조건’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국내 인터넷 활용 어느 정도인가.

 

 올해 3월말 현재 우리나라 7세 이상 월 평균 한번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모두 2093만명으로 지난해 말 1904만명에서 3개월만에 189만명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 3월 한국인터넷정보센터(사무총장 송관호)가 전문 인터넷 조사기관인 인터넷 메트릭스사에 의뢰해 전국 3582가구 10만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이용자 실태 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에 나타난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7세 이상 응답자 중 ‘월평균 한번 이상’ 인터넷 이용자는 2093만명(48.6%), ‘일주일에 한번 이상’ 이용자는 1956만명(45.4%)이며 16세 이상 응답자 중 ‘월평균 한번 이상’ 인터넷 이용자는 1633만명(44.0%), ‘일주일에 한번 이상’ 이용자는 1522만명(41.0%)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 이용자가 1196만명, 여성이용자가 897만명으로 남성 인터넷 이용자가 여성에 비해 299만명 많았다. 그러나 갈수록 남녀 인터넷 이용자 구성비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인터넷 이용률은 제주(55.4%), 서울(55.2%), 경기(54.7%), 울산(53.7%) 순으로 높았으며 중·고·대학생의 인터넷 이용률은 95%에 달했다. 일반인 중에는 대졸 이상 학력자의 인터넷 이용률이 73.5%로 가장 높았다.

 이용 장소는 가정(65.9%), 회사(17.4%), PC방(11.4%), 학교(3.3%)순으로 나타나 가정 이용자가 대폭 증가하고 PC방 이용자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줬다. 주당 이용 시간은 10.67시간으로 2000년 12월 조사 때의 11.73시간보다 약 1시간 가량 감소했다. 인터넷 이용 목적을 살펴보면 대다수 이용자(58.1%)가 ‘자료정보 검색’을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어 ‘오락·게임’ ‘메일사용’ ‘학습’ 순으로 나타났다.

 e메일 사용과 관련해서는 인터넷 이용자의 81.3%가 e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다고 응답해 지난해 12월 조사 때보다 5.0% 증가했다. 또 한달에 1번 이상 쓰는 e메일 1개를 가진 이용자가 61.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평균 보유 개수는 1.65개로 조사됐다.

 인터넷 쇼핑은 인터넷 이용자의 13.9%가 최근 3개월간 쇼핑을 한 적이 있으며 전체 이용자 가운데 앞으로 구매 의사가 있다고 한 응답자가 28.0%에 달했다. 주요 구매 상품은 도서·비디오·음반(40.9%), 의류·개인잡화(35.7%), 가전·전자제품(21.8%), 예약(12.7%) 등의 순이었다.

 인터넷 쇼핑시 주로 결제하는 방법은 인터넷 쇼핑 경험자의 대다수(98.5%)가 온라인 송금·계좌이체 방법(43.1%), 신용카드(55.4%) 등을 꼽았다. 이밖에 인터넷 이용시 불편한 점에 대해서는 ‘느린 통신 속도’를 가장 많이 꼽았고(54.9%), 2000년 12월 대비 이용 금액 부담에 대한 지적도 4.2% 증가한 점이 두드러졌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