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문화의 달>사라지는 네티켓

 네티켓이 실종됐다. 과거 PC통신 시절부터 제기돼오던 네티켓 문제가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정보의 유통이 빨라지고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졌지만 네티켓의 실종은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이 이른바 양날의 칼이 된 것이다.

 네티켓(netiquette)은 네트워크(network)와 에티켓(etiquette)의 합성어로 인터넷 사용자가 지켜야 할 예절을 의미한다. 일상 생활에서 예절을 지키는 것이 상식이듯 네티즌이 네티켓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욕설과 비방, 유언비어, 선정적 표현 등 사이버 독버섯이 날이 갈수록 퍼지고 있는 것이다. 네티켓이 지켜지지 않는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은어 남발이다. “안냐세요. 전 설 1통 6반 고딩, 까대려고.” 인터넷 채팅에 익숙지 않은 30대 이상 중에 이 문장의 뜻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말을 표준어로 다시 풀이하자면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사는 16살 고등학생이고 이성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안녕하세요’가 ‘안냐세요’로, ‘고등학생’을 ‘고딩’으로 줄인 것은 애교라 하더라도 ‘16살’을 ‘1통 6반’으로, 이성친구를 사귀려 한다는 목적을 ‘까대려고’라고 표현한 것은 아무리 봐도 지나친 은어다.

 PC통신 초보자는 대화방에 첫 발을 내딛다가 주춤하게 된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분명 우리말인데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채팅언어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잡은 채팅이 은어의 배움터로 전락한 것이다.

 두번째는 언어 폭력이다. 밤 늦은 시간에 인터넷 대화방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대화인지 의심스러운 광경을 쉽게 목격하게 된다. 심지어 ‘욕할 사람 모이는 곳’이라는 대화방이 개설될 정도다.

 세번째는 헛소문 유포다. PC통신상의 게시판이나 토론방에 근거없는 소문이나 낭설을 유포해 특정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빈번하다. 근거없는 소문을 유포하는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범죄 행위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예인에 대한 악선동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 업체의 관계자는 “톱 탤런트인 C양이나 L양 비디오에 대한 헛소문은 이미 널리 퍼진 것이고 인기 연예인 중 언어폭력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잘못된 내용의 글을 보이는 대로 삭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네티즌 스스로 네티켓을 지키는 자중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번째는 통신 실명제다. 인터넷 대화방에서는 대화상대를 모으기 위해 남자가 여자 흉내를 내는 웃지 못할 일이 종종 벌어진다. 네티즌 중 남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동원해 눈길을 끌려는 것이다. 통신상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남의 ID를 빌려써도 제재를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위신분과 익명성을 악용해 이용자를 불쾌하게 만들고 대화방의 분위기를 흐려놓는다. 따라서 네티즌은 ‘ID는 자신의 인격’이라는 인식을 갖고 ID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외에도 요즘에는 상대방 한 사람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음란 전자우편을 보내는 ‘사이버 스토킹’이 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 일단은 일부 인터넷 업체들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동창회 사이트인 다모임은 ‘전 회원의 실명화’ 작업을 벌이고 있고 다음은 동창회 카페 운영자에게 욕설과 음란물 삭제 권한을 주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온라인상에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청소년을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청소년은 새로운 것에 대한 습득이 빠를 뿐 아니라 앞으로 인터넷 문화를 이끌어갈 주체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에 의해 개발되고 사용되는 사이버 언어는 기존 언어와 차이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성세대는 도무지 이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이버 언어로는 우선 ‘축약어’가 있다. 안냐세요(안녕하세요), 갈쳐주세요(가르쳐주세요) 등. 낱말의 일부를 생략하거나 문장을 명사형 어미로 맺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축약어 못지 않게 많이 쓰이는 것이 ‘이모티콘(emoticon=emotion+icon)’이다. ^^, ^_^, ^0^ 등 가짓수는 무한정 늘어나고 있다.

 이들 사이버 언어의 큰 문제점은 일상적 문법을 무시한다는 데 있다. 모든 것을 ‘소리나는 대로’ 쓰기 때문에 언어생활의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국어교사는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는 국어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일상적 문법의 무시는 청소년만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고 온라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의 세대간 의사소통은 물론, 현실세계의 의사소통에도 장애를 일으킬 소지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지켜야할 네티켓

 전자우편 네티켓

 △전자우편에는 반드시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

 △아무에게나 홍보나 광고를 목적으로 전자우편을 보내지 않는다

 △남의 메일을 가로채거나 공개하는 것에는 법적인 책임이 따른다

 

 게시판 및 자료실 네티켓

 △모든 게시물이나 자료는 실명으로 올리고 게시물의 내용에 맞는 제목을 사용한다

 △자기만의 생각을 고집하거나 사실이 아닌 글을 올리지 않는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의 게시물 및 음란물 등을 올리지 않는다

 

 온라인 대화방 네티켓

 △자신의 ID만 사용하고 자기 자신을 먼저 소개한다

 △다른 참가자에게 ‘님’이라는 호칭과 존칭을 사용한다

 △초보자를 배려하고 대화방에서 나올 때에는 반드시 인사를 한다

 

 홈페이지 제작 네티켓

 △방문자에게 공개하는 파일의 형식과 용량, 최종 변경일시를 명기한다

 △지나친 멀티미디어 데이터 사용을 피한다

 △홈페이지 내용에 대한 저작권 여부를 밝히고 운영자는 전자우편 주소를 명기한다

 

 메일링 리스트 네티켓

 △개인에게 보내야 할 메일이 리스트 전체에 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수신한 메일을 발신자의 허가 없이 메일링 리스트나 유즈넷에 재전송하지 않는다

 △기존에 있는 자주하는 질문(FAQ)를 파악해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뉴스그룹 네티켓

 △항상 기사의 끝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힌다

 △다른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질문을 했을 때는 친절히 답한다

 △광고는 원하는 그룹에만 전달하고 상업적인 광고는 가급적 피한다

 

 원격접속 및 파일전송 네티켓

 △문서 파일의 경우 로그아웃한 후 오프라인 상태에서 내용을 본다

 △자료를 올릴 때에는 버그나 바이러스가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한다

 △용량이 큰 자료를 받을 경우에는 인터넷이 붐비지 않는 시간을 택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