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애니메이션 제작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기획·제작 중인 창작 애니메이션이 150여편에 이르고 있지만 실제 캐릭터나 줄거리를 창작하는 기획인력, 3차원(3D) 제작툴을 운영하는 3D 그래픽디자이너, 해외 시장 판매를 담당할 마켓팅 인력은 극소수에 그쳐 대다수의 창작 애니메이션업체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
◇국내 인력 현황=애니메이션 업체 종사자의 수는 대략 2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원화나 동화를 그리는 애니메이터에 집중돼 있다. 정작 시나리오, 캐릭터, 스토리보드 제작 등 프리 프로덕션을 맡을 인력은 20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나마 창작 전문인력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창작에 배치된 인력에 불과해 프리 프로덕션을 수행할 수 있는 실제 인력은 100여명 선에 불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셀 애니메이션에 비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3D 제작툴을 이용해 실제 창작물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인력은 300여명에 불과하다. 또 해외 판매 시장에서 애니메이션 판매 경험을 가진 해외 마케터는 투니파크의 손경호 유럽 지사장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문제점=극장용이냐 TV용이냐에 따라 창작에 필요한 제작인력은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데 최소한 프리 프로덕션 인력 10여명,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최소 40명 이상의 3D 제작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기획·제작 중인 창작 애니메이션이 150여편, 3D 애니메이션이 20여편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할 때 프리 프로덕션 인력은 최소 150명, 3D 제작 인력은 800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이 미숙한 인력을 투여할 수밖에 없어 창작 애니메이션 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해외 마켓터의 부재는 애써 만들어놓은 창작 애니메이션의 해외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해결방안 없나=임시방편으로 각 업체는 신규인력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통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또 세종대학교를 비롯, 국내 60여개 대학이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를 개설하고 있으며 추계예술대학교는 문화산업대학원 내에 애니메이션 마케팅 인력 양성을 위한 석사과정의 ‘애니메이션 비즈니스’ 전공을 개설해 놓고 있다. 이밖에 연세디지털헐리우드 등 사설학원들이 앞다퉈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방안들이 인력난 해소에 일정 부문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나이트스톰미디어의 정휘영 프로듀서는 “창작 인력의 경우 일순간 교육으로 배출되기 힘든 특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처럼 어려서부터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재능을 가진 인력을 지원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메이저 업체들이 창작물 제작 및 신인 발굴에 적극 나서는 등 애니메이션 창작이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