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세계 감청망인 에셜론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 에셜론위원회가 에셜론의 존재를 주장하고 유럽의 개인이나 기업이 전자우편 등을 사용할 때 암호화를 하도록 권하는 최종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 7개월간 통신 및 보안 전문가들의 증언을 기초로 작성된 108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는 미국 주도하에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공동으로 에셜론을 운영하고 있으며 운영목적은 군사 정보보다 개인 및 상용 통신 내용을 가로채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의회의 부의장인 게르하르트 슈미트는 “에셜론이 추적이 어려운 기업정보를 대상으로 해 미국이 유럽의 무역기밀을 빼돌렸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에셜론이 존재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에셜론이 냉전이 시작되면서 정보 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구축됐으며 현재 전세계 감청망으로 확대됐고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에서 수집된 증거는 이들간의 아주 긴밀한 동맹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이 이같이 에셜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은 에셜론의 존재는 물론 산업스파이 활동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부정하고 있다. EU위원회는 지난달 미국 정부와 정보책임 당국과의 면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으나 결국 에셜론을 책임지는 것으로 믿어지는 CIA와 국가안보국(NSA)은 이들의 면담을 거절했다.
전 CIA 이사인 제임스 울시는 “미국이 비밀리에 미국 이외 기업의 정보를 수집해왔으나 이는 법규를 위반하거나 뇌물을 제공한 경우로 한정했다”고 에셜론의 존재를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에셜론이 한시간에 수십억개의 전화, 팩스, 전자우편 등의 메시지를 감청한다는 이전 보고서와 달리 감청대상이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EU의회에 제출되며 미국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국제협정에 가입하도록 하는 데 압력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럽내에서도 영국이 에셜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원회의 잔 마리너스 위스마는 “영국과 미국이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