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671)벤처기업

정치 입문<33>

 

 내가 대답을 안하고 웃고만 있자 그녀는 종알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선거하시느라고 바쁘셨겠지만, 이젠 끝났으니 오세요. 새로 들어온 예쁜 아이들 많아요. 그때 아이들 용희말고 모두 나갔어요.”

 나는 용희가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물을 필요도 없어 잠자코 있었다. 그녀는 나의 표정을 힐끗 살피고 나서 말을 이었다.

 “새로 들어온 아이들이 더 좋아요. 기차게 빠진 애들이 많아요. 거짓말이 아니고 정말이에요. 한번 와보시면 아실 거예요.”

 “이봐, 내가 안 가서 매상이 떨어져 문을 닫을 정도니? 왜 그렇게 수다를 떠니? 알았으니 그만 가봐.”

 “정말 매상이 떨어졌어요. 경기도 좋지 않고요. 왜 이렇게 경기가 좋지 않죠? 전에는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최 회장님이 오셔서 최소한의 매상은 올려 주셔서 적자는 안 났는데, 요새 같으면 문 닫을 정도예요. 정치하는 분들은 뭘 하세요? 이렇게 경기가 나쁜데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경기를 부양해서 잘 살게 할 것은 궁리하지 않고 당파 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최 의원님은 안 그러시겠죠? TV뉴스를 보면 노상 야당과 여당이 싸우는 얘기예요. 그리고 무엇을 폭로했다. 무엇을 고발한다고 하면서 서로 헐뜯는 것이 주된 일이예요. 정말 그런 일을 할만큼 한가하세요? 서로 죽일 놈하고. 어머, 미안해요 욕을 해서요. 최 의원님에게 한 욕은 아니에요.”

 그녀는 갑자기 의사라도 된 기분이 드는지 격분해서 말했다.

 “알았네, 경기가 좋아지도록 할테니 가서 장사나 잘 하게.”

 “통 안 오시기에 제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 건 아니야. 선거 때문에 바빴지. 다음에 가지.”

 나는 그녀를 빨리 내보내려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나를 만나기 위해 기업체에서 두 사람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연거푸 시계를 보자 그녀는 할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비서관실로 들어가더니 그곳에 있는 보좌관과 비서들에게 명함을 돌렸다. 그리고 한번 들려달라고 말했다. 보좌관들과 비서들은 웃으면서 명함을 받았다. 윤 비서 앞에서 여자가 소리쳤다.

 “어머, 윤 과장 아니세요? 비서로 오셨나 보죠? 저 모르겠어요?”

 윤 비서는 머쓱해 하면서 웃었다.

 “명함 한 장 주세요.”

 여자가 윤 비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 비서는 명함이 없다고 하면서 웃었다. 여자가 나가고 나자 그들은 키득거리며 웃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