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현지 시각 29일) 아침 뉴욕대학의 스턴 비즈니스스쿨 강당. 수많은 청중들은 ‘해커의 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의 창설자인 리처드 스톨먼이 강연하기로 돼 있던 것. ‘해커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전설적 해커’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다니는 그는 이날 두시간 넘게 소프트웨어에 대한 그의 철학을 밝혔다.
애초 이날의 스톨먼 강연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인 크레이그 먼디가 스톨먼보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리눅스 등 오픈소스 진영을 ‘지적재산권의 약탈자’ ‘소프트웨어 발전의 역적’ 등 맹공을 퍼부은데 대한 답방이었다. 스턴 비즈니스스쿨은 ‘먼디의 선제 공격’에 대해 오픈소스의 원조인 스톨먼의 반응이 궁금했던 것이다.
이날 스톨먼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람들을 ‘고객’으로만 볼 뿐 자유를 사랑하고 갈구하는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응수했다. 그는 “크레이그 먼디가 GPL(General Public Licence)을 오픈소스 라이선스라고 부른 것은 틀린 것”이라고 점잖게 훈수까지 한후 오픈소스와 GNU/리눅스의 차이도 설명했다.
특히 스톨먼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발표한 역작인 헤일스톰(hailstorm:폭풍을 동반한 우박이란 뜻으로 MS가 사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 전략의 구체적 명칭)에 대해 “MS가 또다시 야비한 짓을 준비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비난뿐 아니라 스톨먼은 대표적 리눅스업체인 칼데라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랜섬 러브에 대해서도 “공개(무료)의 정신을 버렸다”며 소프트웨어의 유료화에 대해 극심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스톨먼은 71년 MIT의 인공지능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소프트웨어가 사적 재산으로 유통되는 것을 못마땅히 여겨 무료 소프트웨어 재단을 창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외신은 “누구(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소프트웨어가 돈벌이지만 누구(스톨먼)에게는 자유이자 평등”이라며 스톨먼을 옹호했다. 하지만 루소의 말처럼 ‘자유는 먹기는 쉽지만 소화하기는 어려운 음식’이다. 그의 ‘자유’가 ‘막강한 돈’앞에서 얼마나 소화될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