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전자e마켓` 시각차 뚜렷

 전자업종 글로벌 e마켓플레이스의 양대 산맥인 이투오픈과 컨버즈의 국내사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양사의 대주주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서로의 e마켓 활용도에 대한 시각차가 뚜렷해 그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이투오픈코리아(대표 정용환)와의 제품협업 계약을 체결하고 이투오픈의 이용범위를 전자내 전사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삼성전자는 컨버즈코리아(대표 최한종)를 활용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나 그 수위는 사업모델을 면밀히 지켜본 후 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각각 세계적 IT업체 14개사와 10개사의 자본참여로 설립된 두 e마켓의 국내 경쟁에서 일단 이투오픈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분석은 국내 전자업계에서 양사가 차지하는 거래비율과 시장점유율이 지대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향후 시장점유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맥을 같이해 주목된다.

 ◇궁합맞는 LG전자, 이투오픈=올 1월 이투오픈코리아를 설립,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 이투오픈은 그동안 △공급망협업 △제품협업 △개방시장이라는 세가지 모델을 구축, 포괄적인 e마켓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시범 적용단계를 거쳤다.

 이번에 LG전자가 이투오픈과 계약한 거래는 제품협업인데 이는 제품 설계과정에서부터 연구소, 협력업체, 해외 바이어 등이 협업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요한 툴로 평가된다. LG전자는 우선 적용범위를 디지털TV, PC, 홈어플라이션 분야로 상정하고 향후 전 가전제품으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LG측이 이투오픈과의 협업망 확대를 모색하는 것은 최근 e마켓을 이용한 거래가 과연 이익 창출로 이어질지 의문시됨에 따라 각 회사들이 그룹내 e프로큐어먼트를 확장하고 사용도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투오픈의 시스템이 자체 e프로큐어먼트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LG는 자체 e프로큐어먼트 구축에 드는 비용이 5000만∼1억달러에 달하고 이를 유지·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막대하다는 미 조사기관 AMR의 조사자료에 주목, 이투오픈에 자사의 e프로큐어먼트시스템 역할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비용절감을 일궈내고 각 부품업체와의 거래에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난항의 삼성 컨버즈호=이에 반해 삼성전자가 대주주로 참여한 컨버즈는 지난해 e비즈니스 태동기에 우후죽순으로 오픈해 거래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다른 e마켓들과는 달리 세계적인 IT 15개사의 출자라는 든든한 배경을 무기로 e마켓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또 전자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B2B를 위한 부품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전자업종 최초의 글로벌 e마켓으로서 거래유발에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현재로선 구매력 있는 대형 오프라인 기업들의 e마켓에 대한 인식부족, 거래의 신뢰성 결여, 주주사들이 원하는 솔루션 미비로 이렇다 할 거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컨버즈의 태동이 15개 글로벌 주주사들의 연합체로 결성됐기 때문에 이들 업체의 각기 다른 요구를 만족시킬 만한 솔루션 개발에 다소 시간이 소요돼 현재로서는 공개입찰(오픈비딩) 외에 별다른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최대 지원군인 삼성전자의 컨버즈를 이용한 거래규모가 당초 기대보다 크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e마켓의 사용도 검토할 수 있다는 ‘one of them’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체 e프로큐어먼트로서 △GPIS:개발구매 부문(업체 소싱, 품목 소싱) △글로넷(GLONETS):조달구매 부문(발주, 선적, 재고관리, 회계) 등 두가지의 시스템을 운용중인데 이 시스템의 구축 전인 96년에 비해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직 사업모델이 정비돼 있지 않은 컨버즈와 사업범위를 전 사업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향후 전망=업계는 두 회사의 설립부터가 세계적인 IT업체들의 참여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자산업 전체를 넓은 시야로 볼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또 양사 모두 전자 B2B산업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며 시장에서의 공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격적인 경쟁은 컨버즈코리아가 협업시스템을 선보일 7월 무렵이 될 것이며 컨버즈로서는 다소 늦어진 거래모델을 삼성전자 등 주주사들에 어떻게 적용시킬지가 시장 장악의 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