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과 도전 정신을 추구하는 벤처기업은 일반 기업과는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 더욱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작품의 성패는 물론 회사의 사활까지 결정하는 게임업계에서 기존 기업 문화와 질서를 깨는 파격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온라인게임업체인 제이씨엔터테인먼트(대표 김양신)와 모바일게임업체인 컴투스(대표 박지영)에서는 청바지와 티셔츠의 차림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 두 회사는 CEO인 아내를 남편이 외조하는 파격 때문에 항상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백일승 부사장(46)이 동갑내기 아내인 김양신 사장을 보필하고 있으며 컴투스의 이영일 이사(27)는 한 살 아래인 박지영 사장을 외조하고 있다.
백 부사장과 이 이사는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두 사람 모두 아내가 먼저 창업한 기업에 대해 확신을 갖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직원으로 취직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백 부사장은 지난해 2월 IBM의 매니저 자리를 박차고 아내의 회사에 입사했으며, 이 이사는 지난해 8월 인포뱅크라는 인터넷 정보서비스업체의 개발팀장 자리를 버리고 외조를 시작했다.
하지만 백 부사장과 이 이사는 각각 40대와 20대로서 전형적인 쉰세대와 신세대라는 차이만큼이나 전공분야나 성격이 다르다. 서울대 공대(75학번)를 졸업한 백 부사장은 ㈜대우·IBM 등에서 해외 마케팅을 주로 해왔으며, 이 이사는 고려대 전산과학과(93학번) 출신으로 게임을 직접 만들 정도의 개발력까지 갖추고 있다. 성격 또한 전혀 다르다. 백 부사장이 꼼꼼하고 논리적인 것을 강조하는 햄릿형이라면 이 이사는 성격 좋고 저돌적인 돈키호테를 닮았다.
마케팅 전문가에 햄릿형인 백 부사장과 개발 전문가에 돈키호테형인 이 이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내를 외조하고 있다.
백 부사장은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안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재무·관리·경영 기획·마케팅 등은 백 부사장이 맡고 아내인 김양신 사장은 20여명에 이르는 개발팀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직까지 웝급쟁이의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 탓도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계획을 짜는 참모 스타일입니다. 제 아내 김 사장은 10여년 전 창업해 회사를 이끌어올 정도로 지도자적인 덕성을 갖고 있습니다. 웬만한 개발자 못지 않은 개발력도 갖추고 있는 데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카리스마도 있습니다. 아내가 CEO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부라는 점을 떠나 각자의 달란트대로 맡은 일을 할 뿐이며 그것이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취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백 부사장과 김 사장은 완벽한 콤비를 이룬다. 김 사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을 제시하면 백 부사장은 꼼꼼하게 이를 따져보고 챙기는 일을 한다. 백 부사장이 브레이크를 걸고 안전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백 부사장은 김 사장에 대해 “아내이기 이전에 한 회사의 CEO로서 믿음과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컴투스에서는 전혀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이 이사는 개발과 경영 기획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아내인 박지영 사장이 재무를 비롯한 안살림을 맡고 있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부의 역할도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경우와 반대다. 이 이사가 특유의 저돌성을 발휘해 일을 벌이면 박 사장이 따져보고 브레이크를 건다.
“저는 사람을 만나서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하지만 싫은 소리를 못합니다. 좋은 게 다 좋은 것 아니냐는 성격입니다. 반면 아내인 박 사장은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일을 벌이면 박 사장이 따져보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컴투스의 이 이사는 “아내가 사장을 하니까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며 “아내나 사장 이전에 휼륭한 사업 파트너”라고 박 사장을 평가했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김양신 사장과 컴투스의 박지영 사장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일심동체의 사업 파트너를 곁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운좋은 CEO인 동시에 행복한 아내임이 분명하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