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제조 분야는 2위 업체도 살아 남을 수 있지만 수주 영업이 중심인 시스템통합(SI) 시장에서는 2위가 없습니다.”
국내 최대 SI업체인 삼성SDS의 김홍기 대표가 얼마전 월례 조회를 통해 SI프로젝트 수주전에서 2위가 아닌 1위를 해달라는 당연하면서도 이례적인 주문을 내놓았다.
이같은 김 사장의 요구는 최근 발주한 각종 대형 SI프로젝트 입찰에서 삼성SDS가 근소한 점수 차이로 계속 2위를 차지해 사업 수주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SDS는 지난달 발표된 총 300억원 규모의 대전시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사업자 선정에서 1위 업체보다 1.15점 낮은 92.77점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지난달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발주한 500억원 규모의 위성방송시스템 입찰에서도 2위를 기록해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 이 두가지 사업 모두 삼성SDS가 수개월 이상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프로젝트들이다.
그래서인지 삼성SDS는 그동안 수주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 온 관례를 깨고 입찰 절차상의 문제와 필수 제안사항 미비 등을 지적하는 이의 제기 공문을 한국디지털위성방송측에 보내는 등 이번 입찰 결과에 상당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삼성SDS는 국내 영업부진을 반영해 최근 1조5000억원 수준인 올해 매출 목표를 내부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지난달부터 회사 전체 운영비 절감을 위한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국내 영업이 부진한 원인에 대해 삼성SDS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영업 부진은 지난해의 가파른 매출 성장에 따른 상대적인 성격이 짙다”며 “따라서 하반기에는 국내 영업 환경이 다시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119 방재전산화사업으로 인해 불거진 조달청의 부정당 제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공공 부문에서 삼성SDS의 영업활성화는 하반기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국내 SI영업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최근의 해외 영업 강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삼성SDS는 지난해부터 해외 시장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며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최근 일본에 스마트카드 및 자동차 관련 솔루션을 대량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반영, 김홍기 사장은 이달 월례 조회에선 최근 해외 영업 성과를 치하하는 주제의 연설을 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