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붐, 다시 오는가.’
벤처업계에 경기회생에 대한 낙관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는 최근들어 창투사·신기술금융사 등 벤처캐피털의 투자재개, 벤처투자조합 결성 활기, 벤처 프라이머리 CBO를 통한 자금조달 등 벤처기업으로의 자금유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데다 코스닥시장 회생, 각종 벤처관련 지표 상승, 하반기 경기 연착륙 전망 등으로 벤처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창투사의 공격적인 투자계획이 ‘벤처의 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들어 KTB네트워크·LG벤처투자·무한기술투자·산은캐피탈 등 다수의 벤처캐피털들은 1·4분기까지 자제해온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다. 또 지난 3월까지 14개 조합, 1223억원이 결성되는 데 그쳤던 벤처투자조합 결성액도 지난달 24개 조합, 286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IMT2000 컨소시엄의 정부출연금 3000억원과 연기금의 벤처투자가 이뤄지고 다음달까지 총 6700억원, 하반기에 6000억원 규모로 발행되는 벤처 프라이머리 CBO도 이러한 시장회생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코스닥시장도 점차 회생국면을 보여 코스닥지수도 지난달 4일 64.34까지 하락한 뒤 이를 기점으로 서서히 상승, 지난달 18일 70선을 넘어선 데 이어 이달 초부터는 80을 넘은 선에서 지수를 형성하고 있다.
산업전반의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수출도 낙관론에 한몫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1·4분기 수출동향을 보면 전체 기업의 수출이 2.4%에 그친 데 반해 벤처기업의 수출은 11억6900만달러를 기록, 작년 동기 대비 19.2%가 증가했다. 4월 말 현재 1만398개에 달하는 벤처기업들 중 수출기업은 2416개를 넘어서고 있다.
한편 중기청의 벤처기업확인 현황을 보면 지난해 9월 이후 매월 300여개로 성장세가 주춤했던 벤처확인업체도 올해 3월과 4월부터는 각각 460개, 420개 업체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벤처기업협회 장흥순 회장은 “지난해 1분기 대비 부실했던 벤처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2분기들어 회복되는 등 자금사정이나 체감경기지수들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며 “이제 벤처업계도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연구개발 및 수익모델에 적극 나서 재도약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올 하반기까지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벤처투자자의 투자계획 및 정부지원책 등이 벤처지원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벤처투자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벤처캐피털 I사의 L사장은 “다수의 벤처캐피털들이 1·4분기와 달리 적극적인 벤처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의 벤처기업 심사과정에서도 그랬듯이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가진 몇몇 업체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투자결정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실질적인 벤처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기술 및 아이템에서 대동소이한 벤처기업간 M&A 시장 활성화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코스닥 회생과 관련해 굿모닝증권 김동준 차장은 “현재 코스닥시장은 미국 나스닥 정보기술(IT) 관련주와 동조현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실적대비 조정국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본격적인 시장회생을 위해서는 주도주 조성과 기관 및 외국인 매수 등에 의한 상승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2·4분기 실적이 저조해 하반기로 코스닥등록을 연기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