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12)기고-게임 강국 e스포츠로부터

◆김영만(한국프로게임협회 회장)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은 세계 유수 국가들의 그것과 비교할 때 장점이 많다. 그 중 첫번째로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는 2만여개의 PC방과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전용선에 기반한 정보통신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두번째는 온라인 게임에 관한 한 최고의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며 세번째는 게임을 사랑하고 즐기는 게임 애호가와 소비자 층이 넓고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결과로 프로게이머, 게임대회, 게임리그를 포괄하는 개념의 e스포츠라는 신(新)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내세우고 싶다. 외국에도 게임리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지에서 게임리그가 열리고 있으나 1인칭 액션게임 위주로 종목이 다양하지 못하고 규모도 작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게임대회와 리그가 문화현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 단순히 즐기는 취미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프로게이머라는 전문직업인도 없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유명 게임 개발사나 유통사 관계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가장 감탄하고 인상 깊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게임대회나 리그로 대표되는 문화, 즉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다. 그만큼 우리는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 발전시켜왔으며 외국에 비해 확실하게 앞 서 있다.

 어떤 산업도 확산단계에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아야만 그 산업은 무한히 성장할 잠재력을 갖는 것이며 그 산업의 질적·양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당면한 상황은 어떠한가. 지난 98∼99년 불기 시작한 게임 산업의 열풍은 IMF를 극복하는 데 일조했으며 이 때부터 시작된 게임대회·리그들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프로리그로 자리잡게 됐다. 지난해 8월 문화관광부의

프로게이머 등록제 도입으로 프로게이머는 하나의 직업군으로 뿌리내리게 됐다.

 산업적으로도 e스포츠는 게임 산업을 떠받치는 축이 되고 있다. 물론 때마침 불어닥친 닷컴 열풍과 벤처 열풍도 일정한 기여를 했겠지만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가 젊은 세대들 사이에 형성되지 않았으면 게임 산업이 현재처럼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e스포츠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게임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인 인식은 음성적이며 아이들이 가까이 해서는 안될 놀이문화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같은 인식에서 탈피해 장려하고 육성함으로써 게임의 건전한 소비를 촉진시키고 소비자들의 주장을 지속적이고 체계화된 과정을 통해 생산자들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프로게임협회가 프로게이머를 정식 직업군으로 등록시키고 이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꽃으로 자부심을 느끼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협회는 프로게이머 중 희망자를 선발한 후 장학금을 지급해 게임종합지원센터 산하의 게임아카데미에 진학시켰을 뿐 아니라 국내의 많은 게임 개발사들과 프로게이머를 활용한 마케팅 및 개발에 관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질 때 좀더 창조적이고 완성도가 뛰어난 게임이 개발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현재 형성돼 있는 e스포츠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게임강국으로 도약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e스포츠에 있어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한 게임산업의 성장과 세계 3대 게임강국이라는 목표 역시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달성될 것으로 확신한다.

<최승철기자 rock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