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감동, 음악으로 다시 한번.’
서울관객 60만명을 돌파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후반작업이 한창이던 올해 초. 김대승 감독과 제작사인 눈엔터테인먼트의 최낙권 사장이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영화의 끝 부분에 삽입될 음악을 놓고 의견차이를 보인 때문이다. 결국 수 차례의 변경 끝에 곡이 선정됐다.
요즘 영화가에선 이런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화음악이 영화제작의 구색용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만약 영화에 음악이 흐르지 않는다면…. 영화감상을 즐기는 마니아라면 상상하기 조차 싫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제작비가 웬만한 영화제작비에 해당하는 2억원이 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수십만장의 음반이 팔리는 등 음반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영화 ‘접속’에 나오는 ‘러버스 콘체르토’ 음반은 발매 이후 영화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무려 60만장이나 팔렸다. 올해 말로 개봉이 연기된 김성수 감독의 ‘무사’ 영화 음악에는 이미 2억여원이 투자됐다. 제작사인 싸이더스 우노는 개봉에 맞춰 음반사업부를 통해 OST 출시를 계획하고 있을 정도다. 이쯤되면 영화보다 음반시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
영화음악의 급부상은 ‘쉬리’ 이후부터다. 삽입곡 캐롤키드의 ‘웬 아이 드림’이 영화흥행과 함께 20만장이 팔리면서 영화와 음악의 시너지 효과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 이후 OST는 영화 마케팅의 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루성 멜로영화인 ‘선물’의 사운드트랙은 발매 일주일 만에 하루 2000장의 주문이 몰릴 만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뉴에이그룹 ‘시크릿 가든’의 연주가 영화 분위기와 기막히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니아는 바이올린과 아이리시 파이프가 40인조의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면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700만명이라는 최대 관객 동원을 기록한 ‘친구’의 OST도 친숙한 연주곡과 올드팝송, 신인가수들의 노래가 어우러지면서 영화의 뒷맛을 즐기려는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에서 CF 및 드라마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뉴에이지 아티스트 뤽 베위르의 음악 ‘기억(in Memotium)’은 복고적이면서도 신비주의적인 음악이라는 점에서 곡 ‘선물’과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 로버트 팔머의 히트곡 ‘Bad case of loving you’도 청소년 시절을 회고하는 중년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팝칼럼니스트 이무영씨의 감독 데뷔작 ‘휴머니스트’도 OST 앨범이 발매된 이후 영화못지 않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감독이 직접 선곡한 이 앨범에는 지난 70년대 산울림 김창완이 발표한 ‘예쁜맘 예쁜꿈’을 비롯해 60년대 영화배우 최무룡씨가 불렀던 트로트 ‘외다무다리’, 밥 딜런의 ‘데스 이즈 낫 디 엔드’ 등 독특한 분위기의 가요·팝 17곡이 수록돼 있는데 이 곡들이 모두 엽기적인 영화내용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OST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팝칼럼니스트 임진모씨는 “영상과 어우러져 음악에 대한 감동이 배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완성도가 높은 영화, 특히 사연을 담고 있는 영화의 음악일수록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