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의 악학궤변>바네사 메이의 신작 ‘Subject To Change’

바네사 메이는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다. ‘크로스오버’라는 말은 ‘크로스오버 히트’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크로스오버 히트란 어떤 노래가 다양한 장르의 차트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어떤 곡이 빌보드 팝 차트와 클래식 차트에 동시에 올랐다면 그것이 바로 크로스오버 히트인 것이다. 따라서 크로스오버란 하나의 장르로 딱히 규정할 수 없는 것이며 동시에 여러 장르의 차트에 오를 수 있는 음악을 의미한다.

 실례로 뮤지컬 배우 출신인 사라 브라이트먼의 앨범, 세계적인 테너 파바로티가 팝 아티스트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앨범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며 랩에 클래식을 도입한 쿨리오 앨범도 이 부류에 속한다.

 바네사 메이가 8년 전에 크로스오버 앨범인 ‘The Violin Player’를 선보였을 때 그녀의 나이는 고작 14세였다.

 팝과 록, 그리고 클래식과 테크노를 아우르는 그 앨범은 당시 일대 선풍을 일으켰다. 그녀의 이같은 인기는 이미 런던 왕립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배우던 4살 때부터 예고됐다. 이어 6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했으며 10살에 영국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함으로써 국제 무대에 공식 데뷔했고 11살에 차이코프스키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리코딩한 최연소 연주자가 되기도 했다.

 또 14살에 그녀의 의지대로 팝계에 본격적으로 데뷔한 것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팝 시장 데뷔와 별도로 그녀는 ‘The Classical Album’이나 ‘The Original Four Seasons’와 같은 클래식 앨범을 발표하면서 완벽한 이중생활(?)을 영위해오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Subject To Change’는 ‘Stom’에 이은 세 번째 크로스오버 음반이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이 의미하듯 이전과는 다른 주제를 가지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것은 월드 뮤직과의 다양한 결합이다.

 이 가운데 ‘Yantra’는 동양적 정서를 가지며 ‘alsa Picante’는 라틴 음악이다. 또 ‘Pasha’는 플라멩코 곡이다. 그리고 ‘Jean-Luc’은 아마 프랑스의 위대한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장-뤽 폰티에게 바치는 곡이 아닐까 한다.

 이밖에 마돈나를 연상시키는 ‘White birds’와 불어로 불러 샹송 맛을 낸 ‘Jamais’ 등 바네사 메이의 성숙한 보컬 솜씨도 들을 수 있다.

 바네사 메이는 클래식과 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가장 성공적으로 잡은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로 평가되고 있다. 그녀가 정통 클래식 아티스트면서도 팝을 소홀해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클래식은 ‘해석의 음악’이지만 팝은 ‘창조의 음악’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시너지를 일으키며 바네사 메이라는 아티스트의 주가를 끊임없이 올려 놓고 있다. 따라서 그녀는 매우 축복받은 아티스트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그녀는 현재 22살 밖에 되지 않았다.

 <팝 칼럼니스트/드라마 작가>